자연스러운 순 우리말로 ‘바위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암각화’는 자연에 노출된 바위나 동굴 벽에 여러 가지 동물상이나 기하학적 상징 문양을 그리거나 새겨놓은 그림이다. 구석기시대부터 그려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신석기시대부터였고 청동기시대에 와서 가장 많은 제작이 이루어졌다. 선사시대의 신앙과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였으며 주로 풍요로운 생산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내용이 많다.

한국에도 대표적인 바위 그림이 있다. 바로 ‘울산반구대암각화’ 인데, KBS 1박2일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울산 반구대암각화에는 여러 가지 동물과 물고기, 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울주 천전리와 고령 양전동 암각화에는 추상적인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당시 생활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으로서 그 가치가 무궁한 이 ‘바위그림’들은 거의 인간의 초기 시대부터 시작된 만큼, 인종의 뿌리와 이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연구 자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선사 문화를 파악 할 수 있기에 기록적 측면에서부터 미술사적 측면까지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 중국, 몽골, 러시아 등 아시아 지역 곳곳에 선사의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중 2011년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 되기도 한 몽골의 암각화의 초기 작품들은 기원전 11000~6000년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이후의 암각화에서는 기원전 6000~4000년에 해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의 암각화들은 유목민의 생활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의 문화를 담고 있으며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유산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작년, 아시아문화마루에서 ‘바위가 기억하는 삶과 역사전’으로 몽골의 알타이 암각화가 소개된 적이 있다.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광주에 조성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콘텐츠 준비를 위해 ‘아시아 암각화의 문화적 가치발굴과 콘텐츠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문단의 암각화에 대한 꾸준한 열정은 올해 10월에도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 아시아 지역 암각화 조사수집 2차 사업으로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까지 가서 암각화 스토리 자원 발굴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바위 그림의 엄청난 역사성 만큼이나 그 자체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도 어마어마하기에 ‘뿌리의 기록’들을 발굴, 연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2011년 초부터 진행된 이 ‘암각화 사업’은 문자가 없던 시대의 원시 세계관과 사유 체계, 또 이것들을 꺼내 보이는 이미지를 읽어내 스토리들은 발견해 내면서 서서히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중에 있다.











'아시아 암각화의 문화적 가치발굴과 콘텐츠 자원화 사업'은 신화나 설화, 영웅서사시 등의 문자가 발견되기 이전에도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아시아의 구체적인 생활사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조형성’을 스토리텔링화화 하고 디자인과 결합하면서 한층 더 개념화 시키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서구 중심의 예술사에서 놓쳐버린 방대한 아시아 예술의 단초를 발견해 내고, 시각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다.

축적된 과거를 되짚어 제대로 알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자세가 미래로 내딛는 발걸음을 한 층 더 자신 있게 내딛을 수 있게 한다. 문화, 예술 속에도 ‘시대’가 있고 ‘변화’가 있기에 뿌리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암각화’는 정말 중요한 단서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큰 그릇이 될 아시아문화전당의 한 부분을 채울 살아있는 ‘암각화’ 콘텐츠가 곧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낼 텐데, 그 의미있는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 창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 될 지 설렘과 기대가 부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