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선 좋은 시나리오를 가져야 한다.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좋은 배우도 필요하다. 좋은 빛도 필요하다. 좋은 미술도 필요하다.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들어간 음악도 좋다. 그리고 이것들을 네모반듯한 프레임 안으로 집어넣을 또 하나의 감독을 필요로 한다. 이 여러 명의 감독들이 작업하기 위해선 배우들의 소감과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어야 한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에는 영화를 만든 김기덕 감독도 있고 조민수라는 대단한 배우도 있지만 영화를 만들어간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그 중 조영직 촬영감독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이 만나 보았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에 방송반을 했었다. 원래 아나운서였다. 아나운서는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어두워서 엔지니어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카메라를 들게 됐다. 그렇게 놀다가 보니까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게 됐다. 재수학원 옆에 있던 동시상영관이 있었는데 매주 두 개 이상씩 영화를 봤던 것 같다, 1년 내내. 그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

연출이 아닌 촬영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영화를 하는 사람들의 첫 출발이 영화감독이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도 처음에 감독이 하고 싶어서 연출공부를 했다. 계속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나한테 맞는 것이 뭔가라는 생각을 하는 시기가 오더라. 내 경우는 글을 쓰는 것보다는 그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것이 편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한 것 같다.

어떻게 <피에타>에 합류했나?

그 이전부터 독립영화 작업을 계속 오고 있었다. 쉬는 기간이라서 잠깐 쉬고 있었다. <피에타>가 제작에 들어가기 2주 전, 거의 10일 전에 갑자기 조감독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참여하게 됐다. 감독님 성향도 그렇고 뭐든지 생각나면 그때그때 바로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스타일인 것 같았다. 후다닥 pre-production이 진행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던 것 같다.

감독 김기덕에 대해.

워낙 성격이 급하고 현장에서 많이 변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 오전 6시에 모이면 그때부터 촬영이 끝나는 밤 11~12시까지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중간에 식사시간 빼고) 촬영이 진행된다. 밤을 새우는 일은 없지만, 응축된 시간에 굉장히 집중해서 촬영이 진행된다. 이번의 경우에는 내가 A캠을 잡고 감독님이 B캠을 잡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오면 감독님이 본인이 직접 인서트나 배우들 연기를 시켜서 찍어놓기도 하더라. 그게 영화에 쓰인 것도 있고. 처음에는 감독님의 그런 성향을 모르고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이미지를 잡아내려고 농구의 차징하듯이 서로 어깨를 치면서 카메라 들고부딪혀가면서 촬영을 할 때도 있었다. 일단 촬영감독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니 그것에 걸맞게 촬영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자리를 비우면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기 때문에 그 자리를 비우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했다.

촬영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영화가 많이 알려졌지 내가 많이 알려진 건 아니다. 아직까지 시작하는 단계이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고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활발하게 작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예전에 영화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께서 촬영감독의 정년은 누가 불러줄 때까지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고민이 많다.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촬영은 내가 좋아서 공부를 하고 작업을 하는 분야다.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실험영화나 영화사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면 강의도 하고,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