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성모마리아의 대성당'이라는 의미로 1296년부터 1437년까지 150여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화려한 외관은 꽃의 성당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성당을 구경하는 건 무료지만 조토의 종루나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매해야한다.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는 연인이 함께 오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연인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그런 이유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아오이와 쥰세이가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장소가 이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기 위해 쿠폴라 입구로 출입해 위로 올려다보면 두오모 돔 천장에 "최후의 심판" 벽화를 볼 수 있다..


높이 106m에 이르는 붉은 돔 쿠폴라의 464개 계단은 직접 걸어올라야 한다. 길이 좁은데다 많은 관광객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길이 막히기 다반사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있고 얼른 올라야겠다는 생각에 직진만 하는 관광객도 있다. 혹시라도 마주 내려오는 관광객이 있다면 살짝 옆으로 비켜서주자. 좋은 구경하러 가는데 굳이 얼굴 찌푸릴 이유가 있을까?


함께 쿠폴라에 오르는 일행이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최대한 <냉정과 열정사이>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OST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가기 몇 분 전 마음으로 계단 하나 하나를 밟았다.






















역시 전 세계 어딜가나 사람들은 "내가 여기 있었다"라는 기록을 남기길 좋아한다. 사실 이 사진 중 "그립다"가 적힌 사진은 동행한 미국 친구가 찍었다. 한국말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친구가 이 사진을 찍었기에 깜짝 놀라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바로 "무슨 뜻인지 모르는데 뭔가 슬퍼 보여서 찍었어."라고 한다. 놀라우면서도 대단한 순간이다.


4시간이 넘게 두오모 정상에 앉아 <냉정과 열정사이>의 여운에 잠겨있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의 낙서를 발견하고 친구와 함께 웃어버렸다. 언젠가, 나는 누군가와 이 곳에 있을 것이다. 피렌체 두오모를 찾은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바라는 바가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다시 이 곳에...


낮도 물론 좋지만 피렌체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곳,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첫 장면이도 이 곳에서 촬영한만큼 두오모 쿠폴라와 조토의 종루, 피렌체 도시를 모두 다 내려다 볼 수 있어 아름답다. 붉은 피렌체의 지붕들 덕분에 더욱 더 로맨틱한 도시라는 느낌이 가득하다. 쥰세이를 사랑한 아오이, 아오이를 사랑한 쥰세이, 참 사랑이 가득한 도시다.


책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사랑은 냉정과 열정을 오가며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였지만, 피렌체에서는 그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향기로웠다. 피렌체를 걷다보면 어딘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준세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