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조금 떨어진 곳, 제5차 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이곳 사마르칸트의 바람은 꽤 시원하다. 40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습도가 없어 햇빛만 벗어나면 더운 느낌은 사라지고, ‘오늘도 몹시 화창하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 뿐이다. 눈앞의 풍경 또한 맑게 아른거린다.










이것저것 짐을 뒤적이며 장비를 챙긴다. 카메라와 노트북, 또 녹음기, 배터리 등등.. 그리고 대학생기자단 프레스 목걸이를 걸고 제5차 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서 객실을 나서며 ‘열심히 그리고 잘! 하자.’는 혼자만의 조용하지만 야무진 다짐을 해본다.


은은한 조명이 반짝이는 회의실은 곧 있을 회의준비로 한창이다. 덩달아 분주하게 걸음을 옮겨본다. 사진도 미리 찍어보며 어떤 각도가 잘 나올까 고민도 해보고 어디에 녹음기를 배치해야 소리가 잘 녹음될까 등의 여러 생각으로 바쁘다. 그런 준비를 하는 중 회의는 시작을 알린다.
대한민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가 한 시 한 곳에 모였다. 서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진심을 다해 축사를 건넨다. 역사의 현장 이곳에서는 뭔가 모를 뜨거움이 느껴진다. 이번 제5차 회의는 아시아 창작 시나리오 공모전에 대한 열띤 토론과 더불어 한국과 중앙아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다가오는 8월 제2회 아시아문화주간에 열릴 문화장관 회의를 위한 사전점검을 겸한 자리이기도 하다. 의미가 깊은 자리에 동행하여 그 현장을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조금 더 현장감 넘치는 그림을 담고 싶다. 카메라셔터를 즐거이 누른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들어 설 아시아문화전당 속 여러 이야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시아 스토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는 나를 궁금하게 만든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를 통역할 때 즈음 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놓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학생기자단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재미난 이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평가되어 왔던 아시아 신화, 전설… 이야기. 아시아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그 목표하나로 이 현장의 사람들은 끈끈하게 묶인다.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책 속의 붉은 실이 서로의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준다면, 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는 ‘스토리’가 그 붉은 실의 역할을 할 것이다. 지속되는 인연, 계속되는 스토리를 상상해보면 입가의 미소가 절로 올라간다. 아시아 스토리를 위해 하나 된 모두(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의 노력을 모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꿈과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어떻게 흘렀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이틀, 아니 삼일이 지났다. 마치 내 시간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아니다. 방으로 돌아와 카메라 속 다양한 그림을 확인해보니 고스란히 그 시간이 담겨있다. 즐겁게 되찾은 시간을 차곡차곡 정리해본다. 모두가 경청하고 집중했던 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 회의, 그 속에서 열심히 뛰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1인, 풍성한 우즈베키스탄의 음식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건물들, 때 묻지 않은 거리의 정겨운 풍경들과 카메라를 보며 해맑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 그리워온다.









사마르칸트의 마지막 밤은 하늘의 별들로 반짝인다. 맨 눈으로도 북두칠성을 알아볼 수 있는 이곳의 밤은 눈 감으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만 같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하다. 마치 그 별들이 아시아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짧은 며칠의 시간이었지만 담아 둘 공간이 모자랄 만큼 넘쳐흐르는 이야기를 고이 접는다. 내 마음을 두드리는 아쉬움도 함께 접어 가슴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