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대인시장에서 장사꾼을 구한데요.”
급하게 방학을 맞이한 나에게 친한 후배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대인예술시장에는 인권영화제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는데 작년에 인권영화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주 가던 곳이다. 그래 한번 해보자 싶어, 그 인연으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이번 시장에서 새내기 장사꾼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우선, 우리가 시장에서 어떤 것을 판매할 것인지 정해야했다. 하지만 품목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예술품을 팔기에는 실력과 시간이 부족했고, 먹거리를 팔기에는 ‘엄마’들의 솜씨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막걸리 칵테일’이었다. 평소 시장분위기와는 다르게 젊은 층도 많이 참여하는 야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한잔씩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주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른 간식거리도 한, 두개 준비하기로 하였다.

장사 첫째 날. 아침부터 모여 장을 보고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막걸리칵테일을 만들어 맛을 보고 가격을 정하였다.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는 터라 가격을 정하는 것부터도 어려웠다. 그리고 먹거리 뿐만 아니라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예술시장의 타이틀에 걸맞게 간판, 메뉴판, 단체 티셔츠 등을 직접 만들었다. 우리의 컨셉은 일꿀. 이틀 동안 일꾼의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서비스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는 의미였다.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새내기 일꾼들은 첫 장사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야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구경이 목적이었고, 그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우리는 숫기 없는 어린 여자애, 아직은 타인이 시선이 두려운 초보 장사꾼이었다. 그래도 일꾼의 컨셉과 메뉴판은 우리들의 생각이 적중했는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실지로 우리가 일꾼이 되어 먹거리를 제공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답답했는지 인권영화제 감독님과 사무국장님들께서 감사하게도 도와주셨다. 덕분에 한결 수월해져서 장사꾼의 역할 뿐 아니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의 역할도 함께 해야 했던 나는 다른 마차들의 모습을 담으려 발걸음을 뗐다. 내 마차에서 시야를 돌려보니 야시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활발하고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부터 커피와 빙수, 손맛 가득한 전과 막걸리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고 직접 ‘탈 만들기’, 캐리커처 그려주기 등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장사가 어우러지는 만물 마차거리 가운데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함께 어우러졌다. 문화와 시장, 상인과 손님, 장사꾼과 구경꾼 모두가 즐겁게 어울렸다.






다시 돌아온 우리 일꾼들의 마차는 야시장 덕에 오랜만에 모인 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생짜 초보 장사꾼, 그 장사의 첫째날, 우리 마차는 우리와 지인들의 축제 장소가 되었다. 그 덕에 우리가 구매한 것들이 우리 배로 들어가게 되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새내기 장사꾼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새벽까지 짜야 했다.

다음날, 우리는 전략을 바꾸어 밤에도 더운 점을 감안해 시원한 맥주를 준비하고 학생들과 어린이들에겐 과일주스를 판매하기로 하였다. 장사꾼 이틀째로 접어들어 우리는 숫기 없는 어린 여자애의 겉모습을 벗어버렸다. 손님들을 대하는 것도 조금 더 능숙해지고 한층 더 여유로워졌다. 시원한 맥주는 어른들에게, 과일주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인기를 더하자 다른 마차들의 마지막 날의 분위기도 궁금해서 장사꾼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기자의 옷을 입었다. 어제보다 사람들은 더 모여들었고, 다른 마차의 주인들도 우리처럼 어제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들이었다.









대인예술시장은 앞으로도 6회에 걸쳐서 야시장을 열 계획이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공연을 제공하며 시장과 문화의 접목을 통해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는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