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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단 심희연(해외팀)

낭만의 도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역사적 현장,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곳. 위와 같이 수많은 수식어를 가진 이곳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다. 프라하는 독일계 유대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일생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한 도시 내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통째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왜 이 곳에서 그의 일생을 보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프라하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과거 미술과 문학작품으로 사랑받던 이웃나라 프랑스에 비해 독일의 문학작품들은 다소 뒤늦게 알려졌다. 독일 문학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고전주의 시기의 괴테와 쉴러가 등장한 후였다. 특히 괴테는 그의 감성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그의 일생 전역을 걸쳐 완성한 「파우스트」 등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괴테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영향력 있는 작가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받은 20세기 초 작가들로는 헤르만헤세, 토마스만, 프란츠 카프카 등이 있다. 이들 중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 「소송」, 「성」, 「선고」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력으로 유명하다.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 가장 먼저 방문 한 곳은 체코의 유명인들이 묻힌 곳, 비셰흐라드 공원묘지이다. 이곳에서 드보르자크와 알폰스 무하의 묘지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둘러보아도 프란츠카프카의 묘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을까? 프란츠 카프카는 유대인이자, 당시 유명한 작가가 아니었기에 이 곳에 묻힐 수 없었다. 그는 글 쓰는 것에 일생을 바쳤지만 안타깝게도 살아 있는 동안 인정받는 작가가 되지 못했다. 죽기 전 자신의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원고 전부를 불태워 달라고 유언했으나 막스 브로트는 그가 죽은 후, 그의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후에 그의 작품은 유명해졌고 결국 생을 마감한 후에야 그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의 묘지는 유대인묘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면 그리고 죽은 후 비셰흐라드 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황금소로’가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과거 연금술사가 살았다고 하는데 집들 중 22번 째 집이 카프카가 글을 쓴 곳으로 유명하다.

카프카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길 원했는데 그의 누이 오틀라가 그를 위해 기꺼이 마련해준 집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일을 마치고 점심 무렵부터 새벽까지 이곳에서 글쓰기에 열중했다.

카프카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가 아버지에게 솔직한 심경을 담아 쓴 편지 한통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라는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을 정도로 그는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책 속에는 그가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와 아픔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작품「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뿐만 아니라 그의 많은 작품들에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고 그리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는 항상 아버지와 프라하를 떠나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지만 결국 일생의 대부분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프라하에서 보냈다. 그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분명 프라하는 다소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도시일 것임을 추측했으나 프라하는 하늘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곳에서 어두운 삶을 살았을 카프카를 떠올리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직 작가의 길을 걸었던 카프카는 그의 일생동안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의 죽음 후 그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오늘날 그는 수많은 팬들을 가진 인기 작가이다. ‘카프카 카페’가 있고 카프카란 이름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곳을 방문한다.

비싼 가격에 특별히 맛있지도 않은 커피지만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값어치가 있다. 이곳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걸 보면 프라하는 역시 카프카의 도시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