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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 권은율 김형만 나찬웅 나현수 박범순 이유진 전명근 조대호

고추장 파스타란 것이 있다. 한 드라마에 나온 뒤 파스타 전문점에서 메뉴로 내놓았다. 호기심 반 도전 반으로 처음 주문한 음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색깔을 가지고 있어, 먹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 입 먹어본 순간, “어? 맛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매콤한 한국 맛과 이탈리아의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소스가 섞인 것이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것 같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음식이 있다. 그것은 너무나 유명한 비빔밥이다. 고기, 각 종 나물, 계란 등 각자 개성이 두드러진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고추장과 참기름이라는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을 만나 비빔밥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창조물을 탄생시킨다. 이 두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추장이다. 서로 다른 재료들을, 원천소스들을 묶어서 섞고 서로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고추장, 융·복합 창조, 그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문화창조원이다.

사람들의 눈앞에 붉은 화과산이 펼쳐졌다. 화과산에서 손오공이 나와 몸짓을 펼친다. 와이어에 몸을 매단 사람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드르르륵’,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전기톱으로 사물을 베는 붉은 탈들이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무리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내려온다. 수리수리 마하 수리를 부르는 붉은 옷의 이들도 있다. 톱질을 하던 사람들이 관중을 뚫고 지나가며 코앞에서 몸짓을 한다. 그리고 화과산이 열렸다. 관객들의 시선이 그 곳을 향했다. 들어오라는 손짓이 있다. 관객들은 그 곳으로 들어간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 기괴한 음악이 흐른다. 바닥에 공 모양의 조명과 영상이 보이더니. 머리에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하나 둘 공들이 떨어졌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나 소낙비 마냥 쏟아진다. 유년기로 돌아간 듯 신난 관객들에게 익숙한 리듬이 들린다. 뽕짝, 트로트다. 사람들은 춤을 춘다. 관객들의 몸짓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탈을 보는 관객이자 탈의 전시물이었다. 관객들의 몸짓은 다시 영상이 되어 화과산 밖에서 보는 또 다른 관객들에게 보여 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공간의 탈, 인생의 탈을 위한 출구를 찾아 나왔다.

영상, 퍼포먼스, 전시, 음악 등 여러 장르가 함께 어우러진 이 특별한 행사는 창조원의 복합전시관을 미리 만나보는 특별한 전시회 ‘탈(脫), 아시안 크로스 로드’다.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 때마다 전당의 콘텐츠는 기존의 것과 틀려야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었다. 전당만의 콘텐츠 창조를 위해서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탈’은 전당만의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문화창조원은 미래형 문화예술콘텐츠의 창작발전소로서, 순수예술부터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장르가 융·복합되는 창작 환경을 조성하여,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 시제품 기획, 제작, 전시를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 이곳은 문화콘텐츠기획창작센터, 문화콘텐츠제작센터, 복합전시관으로 구성된다. 문화콘텐츠기획창작센터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지원하는 곳이다. 융·복합 콘텐츠 창작과 제작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정보원에 수집된 문화자원을 콘텐츠로 창작 가능한 시나리오로 만들어가는 스토리텔링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전 세계의 인문, 예술, 공학, 건축 등 창작자를 대상으로 창작·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문가를 초빙하여 창작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창작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도 추진한다. 즉, 이 곳이 수행하는 기능은 말 그대로 동시대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창의적 융·복합 콘텐츠 기획개발과 시제품의 생산이다. 수익성에 비중을 두기 보다는 첨단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공연, 전시 등 순수 문화예술을 추구하게 된다. 문화콘텐츠제작센터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여 기획창작센터에서 기획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제작 지원하는 곳이다. 기획창작센터나 전당의 다른 원에서 개발된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실제 작품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공예디자인, 게임, 에듀테인먼트, 음악 등이 포함된 문화산업 분야의 창제작 활동도 함께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프로젝트 베이스의 레지던시(Residency: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머물면서 작업을 하거나 문화체험, 전시 등의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프로그램 센터 내에서 직접 기획 개발과 생산도 하고 원 내외에서 개발된 좋은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구체화하는 콘텐츠 생산의 허브 역할도 할 예정이다. 전문가 및 작가로 구성된 약 20~25팀 정도가 본관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화창조원의 창작 과정은 한 작가에 의해 전체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분화 협업을 통한 융복합 콘텐츠 개발에 중심을 두고 있다.

상상력, 기술, 기획 등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문화예술콘텐츠 시제품 제작을 위한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술가에게는 기술, 기업에는 창의성 및 프로모션 공간 등 각기 필요로 하는 부분을 맞춤 제공한다. 교류와 소통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제작센터 전문인력, 기업 등이 결합하여 융·복합된 새로운 문화콘텐츠 시제품을 만드는 통합형 제작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또한 최종 결과물들은 2,000평 규모에 달하는 복합전시관을 통하여 전문가와 일반인들과 만나게 된다. 천고가 최대 21m에 이르고 3개의 전시공간이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연결된 복합전시관은 일반 전시관에서 다루지 못하는 대규모 전시를 실행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복합전시관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문학, 건축학, 무용학, 조형예술학 등 여러 분야를 융·복합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를 기획, 운영하는 열린 공간이다. 이 곳은 전당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국내·외 유사기관, 문화전당 인근기관 및 학교 등 공공의 활동영역(Public Activity)과 연계하여 관람객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전시문화를 선도하는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2014년 개관 시기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창조원은 준비 기간 동안 기획안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해보는 준비 단계를 거칠 계획이다. 그 기간 동안 국내외 젊은 창작자와 다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공모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10월 7일 열린 <스토리포맷팅 프로그램 및 콘텐츠모듈개발 사업>에 관한 컨퍼런스는 문화창조원의 개관 준비 과정을 보여주었다. 다분야 협업을 위한 디지털 창작지원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교수들과 연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컨퍼런스의 목적은 문화창조원에서 제작될 다양한 작품과 결과물들을 위해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융·복합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창작 지원 도구를 많이 지원해주고 제작자들이 보다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의 ‘디지털 서사도구의 서사 알고리즘’, 전주대 이용욱 교수의 ‘콘텐츠 재미를 강화하는 창작 지원 시스템 구축’, 한경대 서성은 교수의 ‘드라마티카 프로의 스토리형성 구조’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서울대 이돈응 교수, 고병오 사업총괄 PM, 장선연 미디어플로우 대표의 ‘스토리포맷팅 프로그램 및 콘텐츠 모듈 개발 사업’에 관하여 포항공대 여명숙 교수의 진행으로 토론이 열렸다.

문화창조원에서 스토리포맷팅 프로그램 및 콘텐츠 모듈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창조원의 특징 때문이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창조원은 기본적으로 여러 분야의 작가와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을 하며 융·복합을 이루는 곳이다.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작업의 효율성과 협업효과를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디지털 창작 도구’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문학적 시나리오와 기술적인 부분의 융합을 하는 작업 과정이 있다면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에는 그 의미나 쓰임이 매우 다른 것이 실정이다. 협업을 하는데 있어서 각기 다른 용어의 사용은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원활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여 창·제작을 하기에 불필요한 부분이 소모될 수 있다. 협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인데, 이번 사업은 쉽게 말하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통 언어를 개발하고자, 가장 공통적인 시각 언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 부분이 제대로 만들어진 다면 창·제작 작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서 아시아문화전당 내 들어서는 5개 시설을 연결시켜주는 문화창조원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한 ‘탈’은 구조물 자체가 전시물이자, 전시 공간이자, 관람객 자체가 전시물이자 체험하는 관객들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추진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4D디지털 영상콘텐츠 업계의 선두주자인 디스트릭트와 함께 진행한 쇼케이스로, 창조원 내 위치할 복합전시관 개관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다. 창조원이 추구하는, 특히 창조원의 복합문화전시관이 추구하는 바를 잘 보여준 행사로, 공연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주제와 컨셉이 반영된 새로운 공간을 지어 기존의 전시공간과는 다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탈(脫), Asian Cross Road’ 쇼케이스에 참석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4년은 아시아의 예술인 간의 교류와 창작이 이루어지게 될 문화 창작발전소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이 있는 뜻 깊은 해”라며 “창의적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감동이 우리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렇듯, 문화창조원은 예술가와 전문가들에게는 협업, 융·복합과 창제작이 이루어지는 창조의 공간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창작의 감동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제공하며 전당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어우러진 감동을 만들어 아시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터전이 될 것이다. 고추장의 매콤하고 강렬한 맛처럼 아시아문화전당만의 맛있는 콘텐츠를 잘 버무려 아시아와 세계에 새로운 미각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