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의 후예, 초원과 유목민, 푸르름과 용맹이 떠오르는 나라, 몽골. 3박 4일 동안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몽골은 중앙아시아 고원지대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로, 국토 전체의 해발고도가 약 1,600m에 이르는 고원국가다. 3시간 반의 짧은 비행 후에 도착한 몽골은 조금 쌀쌀했다.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가진 이 곳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데, 여름에도 건조한 편이라 견딜 만 했다.



첫 날은 별 다른 일정 없이 숙소로 향했다.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아서 길은 어두운 편이었다. 호텔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깔끔했다. 물이 귀한 나라라 그런지 물이 잘 나오지 않아서 조금 고생을 했다.













본격적으로 몽골을 여행하게 된 두 번째 날. 아침부터 몽골의 햇살은 따가웠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자이승승전탑. 몽골의 명산 중 하나인 보그드 산 정상에 세워져있는 이 탑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대한 몽골의 승리, 그리고 러시아와의 화합을 기념하기 위해 1971년 소련에서 기증했다고 한다. 15분정도 계단을 오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원형으로, 안쪽에는 승전과정에 대한 모자이크 벽화가 그려져 있다. 탑 앞에 서니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탑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광경 때 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겨울궁전’이다. 몰골에는 세속과 영적인 삶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자나바자르’라는 존재가 있는데, 이는 달라이 라마처럼 계속 환생하여 계승하는 걸로 여겨진다. 몽골에는 1대부터 8대까지 자나바자르가 존재하는데, 몽골의 마지막 황제이자 8대 자나바자르가 바로 이 궁전의 주인 ‘보그드 칸(Bogd Khaan)’이다. 보그드 칸과 그 황비는 이 궁에서 20여년 간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도 겸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면 사원이 보이고, 그 옆에 왕과 왕비의 궁이 보인다. 입구의 문들은 중국에서, 안 쪽에 위치한 궁은 러시아에서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관리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어서 안타까웠다.










겨울궁전을 포함해서 몽골의 여러 관광지에서는 사진촬영을 허가할 때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겨울궁전에서는 카메라 한 대당 10달러를 받았다. 매표소에 비용을 지불하면 촬영허가증을 준다. 촬영허가증을 목에 걸고 먼저 들어선 곳은 사원. 사원 안에는 다양한 불화와 불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상당히 화려하다. 아쉽게도 그림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물들이 유리관 속에 들어있는데다 빛의 반사가 심해서 자세히 보기는 힘들었다.


궁은 복층 구조의 하얀 목조 건물이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은데, 다양한 유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왕과 왕비의 침실, 의상 등과 각 국에서 받은 선물들이 주를 이루고, 한 쪽에는 취미로 수집했다는 다양한 동물들이 박제되어 있다. 현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동물들도 있어 시선을 끈다.









궁전을 둘러보고 향한 곳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수흐바토르 광장. 몽골혁명의 아버지 수흐바토르가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민정부를 수립한 것을 기념해 몽골 정부가 그와 그의 아들들의 동상을 세우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종합청사, 독립 영웅들의 묘지, 역사박물관, 중앙우체국, 국립오페라하우스, 몽골대학교, 자연사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국가 차원의 행사가 열릴 때는 광장 가운데 있는 수흐바토르의 동상에 꽃을 바치는 사람들로 가득 차며, 결혼식을 끝낸 신혼 부부가 사진을 찍으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몽골 관광의 출발점으로 인식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다음으로는 가까운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했는데, 이 곳 역시 촬영비를 받아서 촬영은 포기하기로 했다. 박물관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근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몽골의 전통의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둘째 날 일정의 마무리는 테를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에서 하게 되었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울란바타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몽골의 전형적인 시골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로 양편으로 초원이 넓고 말과 양들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곳곳에 양치기들의 모습도 보였다.










징기스칸 기마상을 뒤로 하고 또 다시 달리기를 몇 십분, 기다리던 게르가 나타났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 이곳을 숙소로 하고 진행되었다. 짐을 풀고 난 후, 둘째 날의 마지막 일정은 저녁식사. 몽골의 전통 양고기 요리인 허르헉을 먹게 되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비리다는 사람도 있고 고소하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필자의 경우 후자였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조금 질긴 편이었지만, 독특한 맛이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작은 캠프파이어와 맥주 한 잔. 구름이 많이 끼어 보지 못한 별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두 번째 밤이 지나갔다.









벌써 셋째 날. 흐린 날씨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툴강으로 산책을 나섰다. 툴강은 울란바토르를 지나 테를지까지 흐르는 긴 강으로 과거에 비해 그 수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산책 후에는 간단한 식사가 있었고, 오후에는 승마체험을 했다. 현지 유목민들이 직접 말들을 이끌고 왔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와서 걱정이 앞섰는데, 몽골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말을 타기 때문에 매우 익숙하다고 했다. 실제로 체험이 끝날 때까지 몽골의 어린 선생님들은 우리 일행을 친절하게 잘 이끌어주었다.









승마체험 후에는 유목민의 게르를 직접 찾아가 봤다. 모습은 우리가 묵은 게르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이 게르는 양털로 만들어져 있어서 여름과 겨울에 모두 사용한다고 했다. 요구르트와 치즈(같은 과자), 전통차인 수태차를 내어주셨는데, 다들 맛이 독특했다. 요구르트는 살얼음이 얼어있었는데 우리가 사 먹는 떠먹는 요구르트보다 훨씬 신맛이 강했다. 치즈 같은, 이름 모를 과자는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편이었는데, 비릿한 향과 함께 강하게 쏘는 맛이 느껴졌다. 살짝 역하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라고 한다. 수태차는 우유에 소금을 넣은 것인데, 약간 밍밍한 사골 같은 맛이었다. 살짝 짠 편이었지만 따뜻해서 먹기 좋았다. 밖에는 ‘마유주’를 만드는 통이 있었는데, 소가죽으로 만든 이 통에 알콜과 말 젖을 넣고 발효시키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아쉽게도 만들어진 것이 없어서 맛을 볼 수 없었다.















마지막 날은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의 일정은 몽골의 문화를 알아볼 수 있게 구성되었는데, 몽골의 종교 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곳은 티베트불교 사원인 ‘간단사원(Gandan Monastery)’이다. '완전한 즐거움을 주는 위대한 사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사원에는 25M 크기의 불상이 있다. 커다란 불상이 있는 불당은 기도를 올리는 많은 신자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불당의 벽에는 작은 불상이 가득 늘어서 있었고 그 앞에는 ‘마니차’가 빙 둘러져 있었다. 이 불당 안 만이 아니라 사원 곳곳에서 길게 늘어선 마니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마니차는 불경을 새기거나 불경을 넣고, 손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든 둥근 통모양의 신앙도구로 한 번 돌릴 때 마다 경문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고 한다.









다음 일정은 전통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몽골의 문화에 대해 가장 잘 보여주었다. 몽골의 예술은 유목 생활과 자연환경, 티베트불교, 샤머니즘 등의 영향으로 고유의 예술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공연은 약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는데 전통음악, 가면무용, 기예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허미(Khoomii)’라고 하는 전통창법으로 부르는 노래였는데, 마두금을 비롯한 전통악기와 어우러진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허미’는 유네스코와 기네스북에 기록된 전 세계 문화재 중의 하나인데, 여자들은 체력이 부족해서 하기 힘들고 남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가능하다고 한다. SBS 스타킹에서 방송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3박 4일간의 짧은 몽골 여행이 끝났다. 짧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몽골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미처 보지 못한 몽골의 모습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으로는 광주에서 다시 만나볼 몽골문화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리움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일으켜 줄 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