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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대학생기자단 김우성(글) 나현수(사진) 손도일(영상)

여기 세 사람이 있다. 국적이 다른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무슨 얘길 하는 것일까, 아, 답답하다. 각 자의 국어로 얘기하던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각자의 몸짓을 펼친다. 한 사람이 손을 휘감았다 편다. 그의 손가락은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이번에는 발을 구른다. 또 다른 사람이 뛰어가며 힘찬 점프를 하며 긴 다리를 뻗는다. 그렇게 격렬하게 사람들은 몸으로 얘기를 한다. 뜨겁게 정열적으로, 때로는 온화하게 잔잔하게, 또 때로는 슬프게. 붉은 천은 나신을 휘어 감고 땀을 내뿜으며 바람에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날려간다. 발걸음을 옮기는 이의 그림자처럼 몸을 휘 감은 긴 천은 그림을 그리듯 잔상이 되어 그렇게 그려진다. 그들이 서로에게 다른 얘기를 했던 각 자의 언어들은 이제 더 이상 소통의 매개체가 아니다. 여기에 언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몸짓이 그들의 어울림을 이끌어준다. 춤은 하나의 언어가 되어 그들의 대화를 이끈다. 그리고 그들의 어울림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다.

2011년 여름 유월의 막바지, 장마의 정점에 있는 서울에는 장대같은 비가 거세게 내렸다. 거친 폭우를 뚫고 온 이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부탄,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등 16개국 33명의 대표들이다.

아시아예술커뮤니티. 아시아 각 권역별의 특화된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이루어 아시아 문화의 소중한 자원을 발굴하여 그 자원을 문화 콘텐츠로 창조하여 아시아와 세계에 널리 알리자는 것이다. 이번 33명의 대표들은 아시아의 수많은 문화 중 아시아의 몸짓, 즉 무용에 주목하고 있다.

6월 29일부터 30일 이틀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 2차 아시아 무용자원 협력회의』는 아시아 무용자원을 보존 및 개발하고, 아시아 예술인 간 문화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아시아 무용 위원회’를 창설하고, 동 위원회가 추진할 세부적인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다.

6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아시아 무용자원 협력회의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아시아를 아우르고 나아가 세계를 감동시킬 아시아의 몸짓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며 아시아 무용을 통한 문화협력에 관한 기대를 표명했다. 본 회의에 앞서 오전에 가진 프리미팅에서는 대한민국의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과 말레이시아의 조셉 빅토르 곤잘레스(Joesph Victor GONZALES) 국립예술문화아카데미 무용학부 학장이 아시아 무용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홍승엽(대한민국) 공동위원장은 아시아의 무용에 대한 위대함을 이야기하며 “한국과 아시아 15개국이 함께 하나의 무용단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모르겠다. 세계인들을 감동시킬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세계적 문화콘텐츠로 나아가자”고 의지를 다졌다. 조셉 빅토르 곤잘레스(말레이시아) 공동위원장은 무용위원회가 나아가야할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아시아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시아의 몸짓을 하나로 모아 세계로 나아가자”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의 안건은 총 세 가지로, 제 1안건은 이날 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한 아시아 무용 위원회의 운영규정, 제 2안건은 위원회가 2011년도에 추진할 사업(아시아 무용작품 안무계획안 국제공모), 마지막으로 제 3안건은 위원회가 2012년도에 추진할 사업(아시아 무용 워크숍)이다. 두 번째 안건인 <아시아 무용작품 안무계획안 국제공모>는 위원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가칭)아시아 무용단의 창단을 위해 아시아의 신화, 설화 등 이야기 자원을 기반으로 한 무용단의 레퍼토리 개발 및 이를 위한 안무가 인력풀 구축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회의에서는 이 국제공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참가작의 선정 기준과 참가자의 자격, 작품의 선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각국 대표들의 열띤 논의로 진행되었다.

이번에 논의된 <아시아 무용 작품 안무계획안 국제 공모>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접수 마감이며 국적,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1회 이상 안무 경력자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안무 계획안, 아시아 지역의 설화나 신화 등 이야기 자원을 주제로 한 안무계획안,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전통무용 양식을 활용한 안무계획안을 한국어나 영어로 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www.asiandancecommittee.com 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세 번째 안건에서는 2012년도 위원회의 사업인 <아시아 무용 워크숍>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 하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 워크숍은 내년 7~8월 중에 개최될 예정이며, 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무용단 창단을 위해 아시아 문화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레퍼토리(프로그램) 개발, 아시아 무용자원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에 목적을 둔다.

무용은 음악과 더불어 한 나라의 오랜 역사와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자원이다. 따라서 각 국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무용자원을 하나 된 몸짓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히 훌륭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로이 창조되는 아시아의 하나 된 몸짓은 모든 아시아인들에게 화합과 조화의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모든 노력의 결실이 곧 그 결실을 맺어 하나 되는 아시아 무용인들의 향연이 아름다운 꽃으로 개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