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통령’, ‘뽀느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일게다. 아이들의 대통령, 아이들의 하느님, 바로 “뽀롱뽀롱 뽀로로”다. 2003년 탄생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 110여 국 수출하며 각 종 캐릭터 상품 매출을 통해 83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상업성에 철저한 디즈니가 비공식적인 루트로 1조원을 제시하며 팔라고 했다는 소문이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파급력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로서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콘텐츠라는 점이 뽀로로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일 것이다.


어른에게 맞는 콘텐츠,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콘텐츠가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적합한 문화콘텐츠가 필요하다. 어른들의 문화를 아이들에게 적용시킬 수는 없다.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 끝나기 무섭게 학원들을 돌며, 심지어 과외를 받고 흙을 만지지도, 놀이도 모른 채, 공부라는 경쟁 사회에 돌입한다. 아이들의 정서는 말라만 가고, 아이다운 예쁜 모습은 사라져가고 그들의 얼굴에는 사회의 삶이 찌든 그늘진 어른이 보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들에게 진정한 놀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2009년 8월, 중앙아시아 문화부 대표들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방문했다. 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설명을 들은 그들 중, 우아한 미소를 짓는 키르기즈스탄 문화부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 아이누라 아마노바씨가 주목한 것은 어린이문화원이다. “어린이문화원이 가장 특별하게 여겨졌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세계화나 산업화 등으로 인해 내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데 어린이문화원을 통해 어린 아이들이, 정신적인 면을 발전시키고 추구하며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아시아문화전당(이하 전당) 내에 들어서는 5개원 중 하나인 어린이문화원은, 전당의 모든 기능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놓은 미니 전당이다. 감성과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어린이 문화예술의 산실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가지고 어린이 문화예술 체험공간을 꾸미고 어린이문화예술콘텐츠 창작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의 대표적 실행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기존의 주입식 문화예술 공간이 아닌 체험과 놀이를 통해서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어린이문화원이다.


어린이문화원은 ‘문화예술콘텐츠개발센터’와 ‘어린이체험전시관’으로 구성된다. ‘문화예술콘텐츠개발센터’는 문자 그대로 문화콘텐츠를 자체 기획·개발하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전시 기획이나 교육프로그램 개발 업무도 덧붙인다.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각 대상에 맞는 다양한 어린이문화예술 콘텐츠를 창작하고 보급한다. ‘어린이체험전시관’은 일반적 전시 기능을 가진 전시실과 도서관, 극장, 창작스튜디오로 구성된다. 물론 이 안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수유실이라던가 미취학아동 놀이터 등 여러 가지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질 예정이다. 다만 시설적인 면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옛 전남도청 별관의 부분 보존으로 인해 어린이문화원의 공간이 축소되는 만큼 수정된 건립 계획이 내년에 나올 예정이라 상황을 더 지켜봐야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설계 변경 중이기 때문에 시설물의 동선과 형태,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 즉 미래 주역을 위한 투자로 보는 거시적 안목이 아쉬운 대목이다.


어린이문화원은 개관 이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운영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시콘텐츠 기획안과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관련 유관기관과 전문 인력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2005년 사업 초기에 주입식·암기식 교육 문화의 대안으로 예술적 체험을 통한 교과내용의 효과적 이해를 도모해왔던 어린이문화원은 사업진행 과정에서 교과 중심보다는 폭넓은 안목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다룰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통합 교육적 관점에서 어린이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2009년부터 ‘어린이지식문화원’은 ‘어린이문화원’으로 ‘교육문화(에듀컬쳐)콘텐츠’는 ‘문화예술교육콘텐츠’로 명칭이 변경된 바 있다. 개관 준비 1단계인 2009년 12월 전까지는 어린이문화원의 알찬 프로그램을 위해 연구에 집중했다.









어린이문화원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대상이 훨씬 넓고 포괄적이다. 영·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가족 등 일반인대상과 교사, 에듀케이터 양성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전시관의 전시를 더 원활하게 이해하고 생각하게 하는 전시 연계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더불어 문화 다양성을 위해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찾아가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형식의 프로그램도 어린이문화원이 시행할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병원학교 및 장애우 학교, 단체 등과 협력관계를 모색 중이다. 체험전시관의 경우는 어떤 체험이 진정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인지 주제들을 선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래 문화 자원인 영유아들을 위한 전시시설도 함께 마련해 어린이문화원은 한국 문화 자원의 미래를 개척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어린이문화원의 연구 결과는 2010년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2010년에는 지역초교연계 어린이콘텐츠 시범 제작 및 전시, 어린이콘텐츠 국제창작워크숍 등이 열렸다. 2011년에는 어린이창작프로그램 C.A.M.P(Creative Arts Making Program)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아이들의 미소는 어른들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들이 함께 참여한 가족 대상 프로그램들은 부모들과 대화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가족애 및 보모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한 부모는 “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없는 것이 현실인데 어린이문화원이 생기고 이런 프로그램들이 잘 진행된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참여할 것 같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당은 5.18 평등의 의식을 담아 남녀노소, 인종, 국적, 신분고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누구든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목표다. 어린이문화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건강상 등 어떤 이유로건 문화를 즐기러 직접 올 수 없는 이들에게 문화를 제공한다. 7월 5일 전남대학교 병원 소아병동.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저마다 나를 표현하는 색깔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 장소에 들어섰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아이들은 사라졌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장난을 치며 웃었다. 아이들을 돌보며 더 지쳐갔을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의 웃음은 비타민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이야 말로 가장 큰 선물일게다.







2010년에 열린 어린이문화원의 국제어린이창작워크숍 ‘다섯 번의 어울림 두 번의 전시’를 진행한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이유진 코디네이터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가들의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어른들의 기준이 아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살아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어린이콘텐츠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어린이문화원은 지역내 교육전문가 및 예비전문가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들을 육성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배출된 교육 전문가들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 콘텐츠는 홀씨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날아간다. 그러면 그 문화를 누리는 아이들은 웃음을 퍼트리리라, 그 웃음 바이러스에 어른들도 전염되어 같이 행복해 질 것이다. 문화로 누리는 행복, 문화로 만드는 웃음, 그것이 바로 어린이문화원이 나아가야할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