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꽃내음에 사람들의 미소가 절로 빛나는 오월의 한복판, 무르익는 분위기와 함께 아시아 공연 예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는 2014년 완공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의 5개원 중 하나인 아시아예술극장에 관한 포럼으로, 이번 포럼은 ‘컨텐포러리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아시아의 오래된 가치와 아시아의 동시대성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미래지향적인 예술적 표현을 통해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소개하는데 기여하는 비전을 내비추고 있다. 이는 아시아 예술인들의 창작, 유통, 향유 등 일련의 과정에 모든 영향을 골고루 행사하기 위한 사업으로서의 방향성을 가진다.
본 포럼은 아시아예술극장의 ‘창 · 제작 중심의 아시아 현대공연예술센터’를 목표로 하여 미래지향적인 공연예술의 토양을 만들어 가기위한 사전작업으로서의 취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포럼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이 되었다.
1부에서는 강준혁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원장의 오늘날의 예술과 관련된 강연을 진행하고, 2부에서는 공연예술분야의 각기 다른 분야의 패널들과 강 원장의 대화를 통한 예술, 그리고 비평에 대해서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의 시작에서 강준혁 원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쉽게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에서 언어는 그 유통이 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결국 불과 며칠 전, 심지어 이제 막 의미를 깨닫게 되는 언어들로 홍수를 이루는 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컨템포러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라면 단어 때문에 오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학문적, 예술적인 입장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는 그 사정이 다르다. 사전적인 의미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적당히 사용되던 언어일지라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않은 채 사용을 하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의 중심에 서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가 바로 그런 단어이다.










‘동시대성’이라고 일반적으로 번역되는 컨템포러리는 예술 사조를 논하거나 문화와 관련된 면을 이야기해야할 경우에 그 의미성이 한계를 가진다. 강준혁 원장은 컨템포러리는 ‘모더니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이 특정한 예술 사조를 지칭하는 것처럼 취급될 수 없는 「움직이는 현재 속에 들어있는 ‘그 무엇’」이라고 강조한다.
컨템포러리의 ‘그 무엇’은 기법(Skill)이나 경향(Trend) 또는 양식(Style)처럼 외형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시대정신처럼 무형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컨템포러리라는 의미가 ‘모더니즘’처럼 이미 지나간 시대의 예술 사조의 하나로 굳어져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이는 즉, 동시대성이라는 의미자체를 벗어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강 원장은 현대의 예술가의 내면이 지나간 시대의 특정 기법이나 트렌드에 매달린 작품을 컨템포러리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강 원장은 음식물이 그 계절, 그 지역에서 채취된 것이 가장 유익하다는 것처럼 예술 역시 그 시대 그 지역의 에너지가 예술가를 통해 충실히 체화되어 결실을 맺은 것이어야 말로 진정한 컨템포러리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컨템포러리의 의미를 현대 사회의 유통구조안의 예술로 기법이나 경향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지양하고, 그 진정성과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담자들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견을 내비추고 악의 없는 농담이 오고 가는 등의 비교적 유연한 분위기가 조성된 포럼의 2부, 예술가 · 비평가와의 대화였다. 각 참가자가 가지고 있는 현대 공연 예술과 컨템포러리의 의미, 앞선 두 가지와 아시아예술극장이 가지는 상징성 등을 이야기하는 장이 되었다.






가장 먼저 김동현 현 코끼리만보 극단 대표는 컨템포러리를 논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을 창안해 내는 창작자 자신의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창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나타나게 되면 대중은 이 창작품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것을 함께해야 컨템포러리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립극단 선임연구원 김남수 씨는 “넓은 아량, 여유 그리고 배포, 70%의 만족, 다다익선” 등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의 말을 빌려 문화와 예술을 설명했다. 컨템포러리는 ‘아직 아닌, 더 이상 아닌’이라는 이중적이면서도 공존하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하며, 아시아에서의 컨템포러리 예술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뉘앙스가 유럽의 대안, 유라시아의 변방, 신비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부정적인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뉴미디어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방현우 교수는 자신만이 가진 예술적 철학, 그리고 컨템포러리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콘텐츠(Contents)와 자신과의 인터렉티비티(Interactivity)” 즉, 창작자와 그 수혜자간의 쌍방향적인 참가, 대화식 이용이다.


그는 나날이 번창해가는 영화산업의 흐름에서도 여전히 공연예술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에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보다 더 막강한 파급력을 지는 것이 게임 산업이라고 주장하며 콘텐츠의공급자와 수요자간의 거리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그 영향력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이라는 의미는 ‘새로움(New)’을 의미하고 이는 즉 ‘뉴미디어(New media)’ 이고, 이것이 바로 ‘컨템포러리’ 그 자체가 된다는 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