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의 기치는 전라도의 사람, 자연, 문화를 담는 일이다. 이 모습에는 한 점의 거짓도 꾸밈도 없다.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꽃이 피었다 지면 지는 대로 자연의 섭리와 같은 세상의 모습과 이치가 담겼다. 그래서 삶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독자의 눈은 즐겁고 마음은 더없이 따뜻하다.
<전라도닷컴>이 우리에게 말하고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항꾼에 가자!” 이 ‘항꾼’은 전라도 강진의 사투리로 ‘함께’라는 뜻이다. 함께 가는 것이다. 세상에 이름 떨치며 성공한 사람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고향땅을 지켜가며 묵묵히 살아가는 농부, 아낙네의 지고지순한 삶이 곧 역사고 지켜가야 할 중한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 <전라도닷컴>이 지향하는 것이다.
<전라도닷컴>이 화순, 강진, 장흥, 진도 등 전라도 곳곳을 누비며 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만큼이나 값진 결과물이 있다. 전라도의 생생한 입말을 고스란히 담는 것! 기록의 의미다. 워낙 읽는 이들이 가지각색이라 사투리 때문에 곤혹을 치룰 독자들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날것을 담는다.
“언어는 문화의 도구가 아니라 문화자체다. 신기하게도 전라도의 동네마다 자기 표준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어는 언어자체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우리 입말을 기록하는 작업은 그 가치가 있다.” 며 이야기를 전하는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얼굴빛이 새삼 붉어졌다.









<전라도닷컴>이 이 광주바닥에 터를 잡기까지는 응당 녹록치 않았다. 전라도, 경상도 등 지역감정이라 불리는 그 잣대가 속된말로 ‘뭔 짓을 꾸밀라고 한다냐’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전라도의 치장하지 않은 모습을 담으려는 일꾼들의 확고한 신념’을 기틀로 2000년 인터넷 잡지 <전라도닷컴>(www.jeonlado.com)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2년 후 ‘온라인’이라는 매체에 접근성이 어려운 30~50대 독자를 위해 책으로 발간하기 시작했다.
처음 인터넷으로 독자를 만났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에 정보가 마구 쏟아지던 시기. 하지만 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지역을 말하는 이도, 지역이 설자리도 여의치 않았다. 인터넷 세상은 재미와 돈만 가득했다. 그래서 황풍년 편집장은 무수한 정보들이 하루걸러 하루 취해지고 버려지는 인터넷의 속도전속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이 가치는 나를 찾고 발 딛고 사는 지역의 의미를 물어가는 과정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전라도닷컴>이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깃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 7월, <전라도닷컴> 탄생 이래 100호가 선을 보였다. 100호의 해를 넘길 수 있었던 원동력, 그래도 한 잡지를 총괄하는 편집장의 수고가 으뜸이 아닐까? 한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딱 전라도 사람! 편집장 황풍년.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91년부터 99년까지 광주 전남일보에 몸을 담았던 그는 돌연 99년 사퇴를 하고 전라도 사람들 담기에 매진했다. 그리고 사방팔방을 헤집고 다니던 그가 마음 맡는 동지들과 새롭게 일군 일감이 지역신문 <광주드림>이었다. 그래서 2004년부터 3년 동안 <광주드림>과 <전라도닷컴>을 오가며 편집국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지금도 묵묵히 그 일들을 해내고 있다.
사사로운 이야기지만 낮은 것들의 애착을 갖고 민초들의 삶을 기록하는 그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무렵, 잡지편집디자인 과목을 강의하기 위해 강단에 오른 그.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고, 여러 번 수정을 거친 기사가 한 권의 잡지로 탄생하는 과정. 그리고 비로소 내 손에 쥐어지는 짜릿함을 맛보게 해주었던 경험. 나를 키운 건 8할의 경험이라고 말해도 될까? 그 경험을 값지게 이끌어주셨던 교수님께 새삼 고맙고, 돌고 도는 세상의 인연과 만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콘텐츠, 그리고 아시아문화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황풍년 편집장은 아시아문화전당이 향후 어떤 것들을 보여줄지 궁금하다고 말하며, 세상의 1등 그리고 성공한 사례만 보여주지 말고 아시아 민중에 대한 문화콘텐츠를 발굴해 공유하고 전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으로 소외된, 실제적으로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담아내는 작업 또한 함께 병행한다면 더 없이 좋겠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소설가 공선옥이 ‘잃어버린 소중한 전라도의 문화와 지성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이 잡지가 100호를 발행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이들의 사연과 일상이 지면을 채웠다. 대봉이 맛나게 익어가던 가을 금정대봉으로 유명한 영암을 찾은 이들에게 김덕례 할머니가 전하는 맛깔 난 언사.








100년 해를 살아온 신야모 할머니, 고흥 낙지 호랭이 아짐 이야기, 강진장, 장흥장 5일장의 향수, 보성 예당평야를 지켜가는 이. 이 모든 것들을 한 곳에서 만나니 이 맛에 잡지 볼 맛이 나나보다. 시간이 허투루 흐르지 않듯, <전라도닷컴>이 담은 기억과 이야기가 예삿일이 아닌 것이 이 대목에서 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민초들의 삶을 취재대상의 도구가 아닌 경외와 존중의 눈길로 그들의 삶에 몰입하는 이들의 노력이 잡지가 빛나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짐짓 자신을 찾아온 불청객들이 불편할 만도 한데 찻잔을 내주며, 따뜻한 차 그릇 한가득 채워주던 그. 내 뱃속 뜨뜻하게 해줬던 그 온기만큼이나 그와 나눈 이야기가 참 따뜻하고 재밌었다. 올해의 막바지가 얼마 남지 않은 무렵. 내년엔 또 어떤 표정의 아자씨, 아짐, 할머니들을 만날지 <전라도닷컴>의 2011년이 마구마구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