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사진이란 Fine Art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회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진을 뜻합니다. 사진 안에 자신의 철학이나 이상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 할 수 있으며 회화나 조각 같은 기존의 예술분야와는 다른 방식의 인쇄방식으로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의 특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사진매체의 등장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사진이나 사진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작품 전시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보급을 통한 사진예술로의 접근의 용이성, 시대정서와의 부합에 대한 공감 등의 원인이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사진예술이 회화나 조각 등과 함께 현대 미술의 한 일부로 대우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른 예술 분야와는 대비되는 사진만의 가장 큰 특징인 “재현 능력”입니다.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는 다른 분야의 예술로 표현하기 힘든 사실성은 많은 미술 분야에서 매력적인 매체의 하나로 인식되게 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Picturenar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석사논문의 제목이기도 한데, Picture+Dictionary 또는 Picture+diary입니다. 사전에서 보이는 정의나 일상의 한 단면을 상상해 보세요. 정의의 개념이란 사물을 지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는 사전에서 나타내는 Text보다는 Image로 나타내는 것이 정의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제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책입니다. 제가 개인전에 출품해왔던 작품들의 대부분이 책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저는 텍스트를 지시적 기능을 가진 이미지로 연결하고 이를 책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인 바벨의 도서관은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소설가인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의 제목에서 영감을 얻어 정하게 되었습니다. 바벨은 지명의 개념이 아닌 신으로 통하는 문 혹은 절대적인 진리를 의미합니다.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이 신과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바벨의 도서관은 벌집과 같은 구조로 육각형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방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육각형의 방마다 두 면을 제외한 네 면에 다섯 개의 책장이, 모두 20개의 책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 책장들에는 무한에 가까운 책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 책 중에는 모든 책들의 암호이자 동시에 그것들의 완전한 해석이 되는 최고의 책이 감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절대적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바벨의 도서관 안에 있는 사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읽을 수 없는 진리, 진리 탐구에 대한 탐닉적인 시선이 이번 개인전 작품의 출발점입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들어보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활동의 저변확대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적 식견을 가진 특수 계층만이 예술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접근의 용이성이나 문화 재생산을 위해서 작가가 자신의 표현하고자 하는 영역을 침범 받게 된다면 이 또한 예술문화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문화의 향유가 단순히 잘 차려진 밥상을 음미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보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본적인 준비가 된다면 예술이 그다지 어렵고 심오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