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살아 왔다. 웃기는 얘기같지만 사실이다. 지금이야 ‘콘텐츠’ 라는 말이 너무 흔해빠진 세상이 되었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등은 우리 선친의 말대로 하자면 ‘룸펜’이나 ‘딴따라’나 하는 한심한 일이었다. 근데 이런 것들이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벌어 먹는 일과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은 때론 나를 즐겁게 하거나 때론 슬프게 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동안 우리 선친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변변히 사람 대접 못받고, 혹은 하찮은 놈 취급을 다반사로 받은게 비일비재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 꼬라지를 보고 매우 키치적이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난 그동안 ‘룸펜‘에 ’반 딴따라‘라고 여겨졌던 별 볼일 없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는 항상 분명 “당신들이 하찮게 취급하는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의 시대가 올 거야” 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사실 그런 확신이 들기도 전에 이미 ‘콘텐츠의 시대’ 가 소리없이 우리에게 와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재미있게 노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의 전이를 줄 수 있는 일은 이제내 일이자 기쁨이자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일을 하나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음악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아시아 각국의 사회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면서도 'One Asia'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많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세계의 문화콘텐츠산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의 민속, 전설, 신화, 민담 등 아시아의 얘깃거리, 혹은 문화 원천자원중 가장 우수한 자원이 ‘아시아의 전통음악’ 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엔 단순한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지난한 역사와 시대정신, 드라마틱한 스토리자원 등 무궁무진한 소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OSMU(One Source Multi Use)의 보고인 셈이다. 우리가 아시아의 음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아시아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아시아의 월드뮤직,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경향의 아시아 음악(혹은 우리의 음악)을 창출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음악콘텐츠사업의 품격을 올려 주고 실질적으로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브랜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페스티벌은 난장(Carnival)과 마켓, 거점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을 동시에 담고 있는 축제를 말한다.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적인 대중적 프로그램으로서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로 기능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바로 이런 지향점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일하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전문성과 비전 창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수 많은 비슷한 축제가 있지만 그 결과가 사뭇 달라지는 이유는 바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열정의 깊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며, 전문성과 비전 창출 능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진정성’이 필요할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경기도 가평군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얘기 할 수 있다. 처음 만들어질때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그 축제를 만들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진정성과 전문성이 더해 이젠 지역 주민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올해 7회를 맞이하지만 처음 어려운 시작과는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돋보이는 재즈페스티벌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런 인식하에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사업이던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사업의 수혜자이자 주인공이 시민들인 까닭이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그런 참여와 소통의 길을 제시하는 재미있고, 즐겁고, 창조적이고, 미래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2010년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전 세계 월드뮤직의 축제가 될 ‘2010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15개국 30개 팀의 세계 최정상급 해외 뮤지션과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여,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월드뮤직을 대중들이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한하는 대표적인 뮤지션으론,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신기(神技)의 전통 슬라이드 기타리스트인 데바쉬시(인도), 열정적인 살사를 연주하는 북구 출신의 여성 트럼페터 마이떼(네델란드), 프랑스 기타리스트 루이 빈스버그의 플라멩코 프로젝트인 잘레오(프랑스), 브라질을 대표하는 디바 이타마라 쿠락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월드뮤직 뮤지션의 공연과 더불어 금남로 거리에서의 프린지형 부대 행사, 각 국의 월드뮤직과 민속댄스 워크숍, 월드뮤직 영상 상영회, Music Bar에서의 음악 감상 등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월드뮤직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될 것이다.





특히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의 주목할 점은 단순히 해외의 뮤지션을 초청하여 국내에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뮤지션들이 세계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음악을 매개로 한국 문화가 세계와 소통하고, 한국음악이 글로벌 월드뮤직 시장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다른 페스티벌과 큰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김덕수(사물놀이), 안숙선(판소리), 허윤정(거문고), 김동원(타악), 장재효(타악) 등의 국악계 간판스타들이 월드뮤직으로서의 국악을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을 통해 선보일 것이다.


또 다른 큰 차별성은 본 페스티벌이 단순한 음악 축제로서가 아닌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문화 주체간의 융합과 교류를 주도하는 매개체로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2014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주요 5개원에서 생산되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결과물들이 앞으로 페스티벌의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자원봉사자와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 예술인을 위한 무대들에는 광주의 모든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광주는 전 세계 월드뮤직의 중심도시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며,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음악축제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요즘 나의 화두는 ‘음악이 생활을 바꾸고 음악이 아시아를 바꾼다’ 라는 슬로건이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