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독립한 신생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관해 처음 접했을 때 너무나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지역이었기에 나의 의식 속의 중앙아시아는 오지로 기억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하고 2006년부터 매년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여 직접 보고 느끼면서 세계 어느 곳보다도 한국의 언어와 문화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현지인들과의 상호 접촉을 통해 어렵지 않게 문화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였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역사·문화적으로 많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알타이어족이라는 언어적 유사성, 과거 실크로드를 통한 활발한 교역 및 손님을 환대하는 전통 문화, 그리고 한민족의 뼈아픈 역사의 주인공인 고려인의 존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기 위한 비자 발급은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이것이 우리가 중앙아시아를 대하는 첫인상이자 피부로 느끼는 첫 번째 벽일 것이다. 중앙아시아 여행은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행보다는 사업, 선교, 유학 등 특정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과거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류가 정치나 경제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문화적 교류가 다소 부족하였기에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협력관계 구축에 앞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할 부문이 문화이다. 문화는 국가와 국가의 차원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2005년 카자흐스탄에 공부하러 갔을 당시 ‘кoшпендлер(코슈펜들레르)’, 즉 ‘유목민들’이라는 의미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처음으로 중앙아시아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미국과 카자흐스탄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중앙아시아의 역사에서 유목민은 빠질 수가 없다. 21세기인 현대에서 유목민은 ‘한 가지 가치관에 안주 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도전과 모험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인류 형으로 ‘유목민적 가치관’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목민적 가치관’을 통해 본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가치관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인 ‘창조·변화·도전’과 닮아 있다.
문화라는 것은 민족 간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아시아의 문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50여 개국의 다양한 민족과 역사가 존재하고 있는 아시아를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지난 8월과 10월, 한국과 중앙아시아 문화자원 협력회의가 한국에서 두 차례 개최되었다. ‘한-중앙아시아 문화자원 협력회의’는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자원 중 이야기를 발굴하여 아시아와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번 회의들을 통해 ‘한-중앙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가 창설되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은 교육 프로그램,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전시, 기능성 게임 등 OSMU(one source multi use) 문화콘텐츠 창작의 소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중앙아시아 스토리텔링에 대한 전문위원회의 구성, 각국의 언어로 번역 디지털 자원화 구축, 학교 및 영웅서사시 전설 및 신화 전문교육 프로그램에 도입, 한-우즈벡 민족 영웅서사시를 바탕으로 공동 텔레비전 영화 시리즈 대량 구성, 공예품의 민속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민족 수공업자 화가 및 조각가들의 전시 조직 등 순차적으로 스토리텔링의 결과물은 아시아 안에서 또한 세계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