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주말. 뜨거운 방바닥에 뒹굴뒹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현대식 구조의 집에 갑갑함을 느꼈다. 화분 하나 없는 삭막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바람 따라 거리를 걸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환경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카메라 하나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거리를 헤매다 보니 도착한 곳은 북촌한옥마을. 현대식 건물로 이루어진 동네를 지나다보면 한옥으로 만들어진 전통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조선시대의 고관대작들, 왕족, 사대부들이 모여서 거주했던 곳인 북촌, 이제는 도심의 한 가운데에서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삶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다. 지난 6월 25일에 열렸던『제1회 아시아 생태문화 국제컨퍼런스』에서 리신호 충북대학교 교수는 ‘전통살림집을 통해 본 주거의 생태 문화’를 주제로 생태문화인 한옥의 우수성에 관해 거론한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연과 전통을 잊어가고 있다. 발전을 외치며 개발에 의해 외형적인 요소들은 그 부피를 더해가지만 실제 우리를 태어나게 해준 자연과 전통, 그 생태문화는 잊혀져 가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 그것이 바로 생태문화이다. 과거에만 머물자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품속에서 현명하게 살았던 조상의 지혜를 배워 우리 아시아만의 문화가 미래로 나아가는 발전적인 길을 닦자는 것, 그것이 아시아 생태문화 연구이다. ‘생태(生態)’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즉,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살아 있는 그 환경 그대로의 자연이다. ‘문화(文化)’의 뜻도 찾아보자. ‘사람의 지혜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되는 일’, ‘철학에서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향상하려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 또는 ‘그에 따른 정신적·물질적인 성과를 이르는 말’로 학문, 예술, 종교, 도덕 등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비슷한 말로 문명이 있다. ‘아시아’, ‘생태’, ‘문화’, 이 세 단어가 합쳐진 아시아 생태문화. 말 그대로 아시아의 자연 그대로 살아 있는 문화를 말한다.
지난 10월 15일 일본, 중국, 몽골, 베트남, 인도, 터키, 우즈베키스탄, 한국 등 아시아 8개국이 참석한 『제2회 아시아 생태문화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아시아의 생태적 삶과 공간,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이란 주제로 펼쳐진 열띤 논의의 현장을 취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그들의 눈에 생태문화라는 낯선 개념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가장 좋은 학교이자 스승은 좋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라는 전제 하에 아시아인들의 생활 터전을 기록하였다. <아시안 파베르 : 일상의 무늬들>에서는 아시아 사람들의 손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무늬를 전시하였다. <아시안 루덴스>는 아시아의 춤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조화를 표현하였다.
이번 사진전에는 박종우, 성남훈, 한금선, 윤수연, 임종진, 정용일, 남호진 등 국내 사진작가와 림석린(말레이시아), 하지 모하메드 유소프 빈 모하메드 야신(브루나이), 응오 즈(베트남), 응우엔 비엣 타잉(베트남), 응우엔 박 즈엉(베트남), 스티브 트란(베트남), 니코 하료노(인도네시아), 수막 사부그누르그(태국) 등 아시아 사진작가들이 참석하여 250점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번 『제2회 아시아 생태문화 국제컨퍼런스』는 아시아의 생태문화 연구의 초석을 마련하고,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심장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문화정보원 개관 준비를 위해 준비한 공통 테마 연구 첫 번째 사업, ‘아시아 생태문화 연구와 문화자원 수집.’ 그를 위해 열리는 이번 회의는 아시아의 가치를 발굴하고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회의에 앞서 열린 개막식에서 김대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아시아 전통생활에서 지혜를 찾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위한 이번 회의의 의의를 밝히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위해 공동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인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은 “아시아인은 물론 세계 모든 인들이 함께 공유될 아시아 각국 공동체의 자연친화적 사고방식과 생활 문화 향상”을 기대했다.





기조발제에 앞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8개국 주요 참석자들은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아시아 문화 발전을 위해 공동 협력할 것을 다짐하였다. 공동선언문에는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 보호와 창조적 발현에 기여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지지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성공적인 개관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의 2부에서는 아시아 각 국가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연구관점을 바탕으로 아시아 문화 보존과 생태마을 발전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었다. 몽골의 사롤보안 좀페럴 박물관장은 오랜 시간동안 자연과 공존해 온 몽골인들의 삶을 통해 아시아 생태문화 보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발제한 중국의 장이양 교수 또한 사회진화론과 문화생태학을 주제로 중국의 생태문화적 다양성 유지를 통한 사회통합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익살스러운 화면으로 자신과 학교를 소개하던 장이양 교수는 소수민족을 통한 민족 다양성 속에서 고유문화의 역할을 확보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중국 소수민족문화의 다양성 인정이야말로 생태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라고 열정적으로 덧붙여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끌어냈다.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 무형문화유산에 대해 발제한 라스마일로바 죈나트 하미도브나 국립 역사 박물관장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대신해 많은 사진과 자료들을 선보였다. 그녀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적인 관습과 문형문화재 보존 경위에 대해 심도 있는 설명뿐만 아니라 지정된 무형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발제한 베트남 하노이 국립사범대학 트란 르 바오 교수는 베트남 북부평야지역에서의 생태문화를 주제로 베트남인들의 생태 행태부터 동아시아의 생태관념까지 아우르며 산악, 하류 평야, 해양지대를 예로 들어 독특하게 이루어낸 주거문화와 생태문화를 설명했다.

















3부에서는 생태문화의 가치와 의미 확산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생태문화를 세 가지 관점으로 표현했다. 전남대 나경수 교수는 한국의 전통적 생활문화에 기반을 둔 생태문화적 체계와 확산에 대해 발표를 했다. 세계 문화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 고수 및 적극적인 자세로 “자국의 문화를 촘촘히 점검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아울러 우리의 전통 음식재료 및 기타 고유의 자원이 다양한 측면으로 활용되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과거의 생태적 측면을 돌이켜 새로운 생태문화를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시사했다. 성균관대 김영섭 교수는 지속 가능한 생태?자연?환경에 대한 고찰을 총체적인 시각으로 발표했다. 환경친화적 건축물과 그 땅의 풍경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시대와 장소에 들어맞는 기후와 풍토, 장소에 따라 발전한 토속 건축물을 윤리적 건축이라며 극찬하였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는 한국 생태마을 복원 방향과 생태문화를 통한 아시아 문화전당의 국제화 방안에 대해 논하였다. 생태문화에 대한 정의를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요소 중에 생태적인 요소와 행동 및 생활양식 모두와 관련이 되어 있다’며 자연과학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한국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생태마을 사례를 제시함과 동시에 생태계에 대한 엄격한 관리 속에 관광 가치를 창출하는 독일의 갯벌 섬마을을 비교하면서 한국형 생태마을의 미래에 대해 고찰, 즉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광주 시민이 생태적인 의식구조를 지녀야 함과 동시에 아시아문화전당 자체가 스스로 생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인들은 서구적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독창적인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조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도출되었다.
자연의 흙에 뿌려진 씨앗이 자라 우리네 인생을 살고, 자연과 더불어 삶을 즐기다 우리는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생과 사가 함께 공존하는 이 곳 자연,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생태문화.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과의 균형이 일그러져 나타나는 지구의 환경문제들이 부메랑 효과처럼 다시 우리의 삶을 파고드는 오늘날. 아시아의 전통과 자연이 살아 있는 생태문화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나아가야할 길, 그것은 문화예술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의 고유한 생태문화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문화를 이끄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 그것 또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