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2기 조은진 조성우

하늘이 그 쪽빛 치마를 빨랫줄에 높이 거는 이맘때, 오보람 씨는 ACE Fair(국제문화창의사업전)로 초가을을 기억한다. 올해도 친구와 함께 자꾸만 밖으로 불러내는 하늘에 기꺼이 응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 오감을 자극하는 ACE Fair 2009(Asia Contents & Entertainment Industry)가 9월 3일부터 4일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ACE Fair는 아시아의 문화 콘텐츠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시회다. 방송영상, 애니메이션 콘텐츠, 게임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외 총 22개국 250여 개 업체와 200여 명의 바이어가 수출 상담을 위해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ACE Fair에서 관람객은 구경꾼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창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광주 e-sports 게임대회', '제2회 청소년 방송콘텐츠 제작 경연 대회', '제3회 국제캐릭터 디자인 공모전' 등 각종 콘텐츠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업체 자체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형태로 부스를 만들었다. 올해 전시회장을 찾은 오보람 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경제 채널인 MTN의 '앵커체험프로그램'이었다. MTN은 직접 앵커가 되어 촬영한 것을 DVD로 제작해 주는 특별한 이벤트로 오보람 씨를 비롯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 콘텐츠 회사는 관람객들에게 개성 있는 콘텐츠를 소개하며 해외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소규모 팬시회사인 '콜라쥬 디자인'은 홍보와 판매 목적으로 참가했다. 직접 디자인한 팬시류를 아기자기하게 펼쳐놓은 정수인 대표는 아직 규모가 작아 힘들지만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 플루의 여파 때문인지 생각보다 관람객이 적어 아쉽다고 평했다.

해외 업체들의 참가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파키스탄의 민영방송 INDUS TV의 프로듀서 무하마드 하니프 라브다(MUHAMMAD HANIF RAVDA)씨는 한국의 콘텐츠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참가했다. INDUS TV는 2000년 이후 정부 소유의 국영방송 규제가 풀리자 첫 번째로 출범한 민영방송으로 MTV, INDUS NEWS 등 4개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몇몇 업체들과 미팅을 가진 하니프씨는 파키스탄에 돌아가 기술적으로 무엇이 적합한 지 의논한 후 투자협력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도 영어 자막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1기 나혜미 2기 조성우




‘제3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성공을 예감케 했다. 신종 플루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이 있었던 18일부터 28일까지 관람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막 후 첫 주말이자 휴일인 19-20일, 주전시관인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과 ‘어울림’전이 열리는 이장우 가옥 등지에는 6천여 명의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몰리며 수준 높은 디자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관람객들은 ‘더할 나위 없는’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한국적 이미지로 재연하는 신기함에 눈길을 떼지 못 하며 그동안 가까이 있어도 알지 못 했던 광주 이장우 가옥, 담양 소쇄원, 장흥 향교 등지에서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장우 가옥에서는 1천여 관람객이 한옥 마루와 설치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한옥에서 차를 마시며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디자인 세계에 동참 했다.












비엔날레 제1전시실 첫 작품 ‘가슴 연구소’의 ‘살림 살자’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은 가난했던 시절인 60-70년대의 숟가락, 밥그릇. 파리채, 성냥 등 살림살이를 모아 고단했던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난함도 디자인을 만나면서 아름답게 형상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의(衣)·식(食)·주(住)·학(學)·락(樂) 등 삶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를 바탕으로 한 주제전은 ‘우리의 것’으로 동서양의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특히 세종대왕을 디자이너로 표현하고 한글을 디자인으로 이용해 선보인 한글 자석이나 블록 쌓기, 컴퓨터 게임은 전시관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09년 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목표는 경계 무너뜨리기다. 전시공간에서부터 경계는 무너지고 있었다. 디자인이 사람 사는 세상을 연결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곳에는 관람객의 참여가 있다. ‘살핌’전의 ‘휠체어 체험’같은 경우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턱을 넘는 체험을 통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도시공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으로 함께 사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

관람객 범지원(조선대학교 제품디자인학과)씨는 “디자인하면 늘 새로운 것을 연상했으나 이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우리 것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눈 뜨게 했다”며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디자인 세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2기 이경진 오진웅 정성우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간, ‘실.마.리.찾.기 (Searching for The Clue)’라는 주제로 '2009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국제 디자인 포럼'이 열렸다. 특히 19일 오전 11시부터 40분간 진행되었던 ‘클락 르웰린 초청 포럼’은 세계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문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포럼에 초청된 '클락 르웰린'은 하와이 마노아 대학교 건축대학의 학장. 하와이 대학교의 건축 대학은 미국이나 캐나다를 통틀어 유일하게 공인 건축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그는 미국 건축가협회의 국가이사회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북서부와 태평양 지역 대표로 재직하였으며, 여기에는 미국건축가 협회 일본지부와 홍콩지부도 포함된다. 또한 르웰린 학장은 2007년 출간된 ‘한국적 스타일’책의 서문을 쓴 바 있다. 그가 직접 말하는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르웰린 학장은 한국을 방문한지 약 십 년 밖엔 안 되었으나, 한국의 건축과 예술에 곧 매료된 서양인이다. 그는 한국의 디자인이 단순성의 미와 5천년의 문화 전통을 통합하여 구현되고 있음을 오랜 관찰 결과 믿게 되었다. 이러한 미와 겸손함은 차를 권하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손님과 주인은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주인은 완벽한 비율의 백색 자기잔의 바닥을 가볍게 쥐고, 공손하게 두 손으로 차를 권한다. 이제 손님은 두 손으로 이 전통과 예술의 오브제를 받아들이며, 감사와 존경의 의미로 머리를 가볍게 숙인다. 한국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예술품들은 자연 세계에 대한 한국인의 감상과 존중의 대토와 유사한 특징을 발산한다.

현대의 한국은 과거 전통의 대부분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또한 대조를 수용하고, 엄격한 형식의 부재를 자신의 표현의 일부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점이 독특하다. 옛 것은 새 것과 뒤섞이고, 시골은 도시와, 덜 갖춰진 구조는 보다 잘 갖춰진 구조와, 소음과 침묵이, 그리고 빛과 암흑이 서로 혼재한다. 그 결과 대조적 요소들로 조화로운 관계들을 독특하게 구현, 창조해내곤 한다.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대조들은 혼란스럽고 껄끄러운 관계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완전함 속에 자연의 완벽함이 머문다. 수천 년 동안 자연은 한국의 예술과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자연을 인간의 간섭을 배재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바라본다. 이러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는 일부러 윤기를 내려고 애쓰지 않은 돌들이나, 마감되지 않은 목재,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풍경, 다듬지 않은 채 자란 나무들을 더 가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장소의 복합성과 영향들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공존, 복합성, 모순성이야말로 인간의 통제가 미치지 않은 채 단순성이라는 개념의 진정한 의미를 반영하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요소들이다.

일본이 순수성과 상징으로 가득 찬 선(禪) 정원을 발달시킨 것에 반해, 한국 문화는 이보다 격식을 덜 차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바깥 세계를 지속적으로 포용해왔다. 이로서 한국인들은 나무, 풀 , 그리고 자연스러운 정원들을 인공적으로 손질된 조경보다 더 선호하였다. 한국에는 탁월한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그들은 완벽하게 모양을 잡아놓은 모래로 가꾼 정원보다, 겨울과 물 부족으로 갈색으로 바란 풀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정원이 보다 자연스럽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고 주장한다. 날씨와 시간에 따른 자연스런 영향을 반영하는 나무들이 ‘고문당한’ 분재 나무들보다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다.




점점 세계화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기술과 확장된 경제로 인하여 자신들의 건축?문화적 유산을 상실하고 있다. 국가의 ‘스타일’과 ‘본질’ 의 표현이 인구 변화, 예산의 제약, 그리고 기능성에만 반응하는 정체불명의 건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상실에 대하여 시시한 건축물들에 전통적인 이미지들을 적용하거나 단순히 모방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것의 절충은 주로 아예 현대적이거나 그렇다고 아예 전통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건축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은 전통과 현대적인 건축의 통합이라는 도전에 맞서 중요한 진보를 이뤄냈다. 즉 독특하게 한국적이라고 명명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사실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노력을 통해 다른 문화권들도 근대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편, 그들만의 문화를 반영하는 표현을 개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하겠다.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 자연의 통합, 전통 유산에 대한 존중이 이러한 성공의 중요한 근본이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접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스타일’이 피상적이거나 응용의 문제에만 국한될 필요가 없이, 본질, 통합, 희망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겠다.

르웰린 학장은 긴 시간의 포럼 끝에 건축의 미래에 한국 디자인의 희망을 담았다. “한국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모더니즘과 세계화라는 구속 그 너머를 보기 때문에, 나는 이들 대부분이 한국문화와 지난 5천년간의 건축 전통을 통합하는데 더욱 전력을 다 할 것이라 믿고 있다. 새로운 의미의 모더니즘이 한국에서 출현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의 예술과 건축적 표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