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는 3개의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서베를린에 있는 도이췌오퍼 베를린(Deutsche Oper Berlin)과 동베를린지역에 슈타츠오퍼 운터 덴 린덴(Staatsoper Unter den Linden)과 코미쉐 오퍼 베를린(Komische Oper Berlin)이다. 이 세 오페라하우스는 베를린오페라재단(Stifung Oper in Berlin)에 속해 있는데 이를 위해 베를린시는 매년 2천만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 불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오페라관람객이 218 293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 상승했다고 베를린오페라재단은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슈타츠오퍼건물의 보수와 지원예산의 부족으로 인한 새로운 레퍼토리의 부족으로 관람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오페라는 한편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로 치부되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일반사람들의 주머니사정으로는 녹록치 않은 티켓가격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일반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슈타츠오퍼와 도이췌오퍼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슈타츠오퍼의 모두를 위한 슈타츠오퍼(Staatsoper fuer alle)와 도이췌오퍼의 공개리허설(Oeffentliche Probe)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8월 29일 토요일 오후 5시 베를린의 심장부인 슈타츠오퍼건물 바로 옆의 베벨플라츠(Bebelplatz)에 1만8천명의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들이 피크닉가방과 함께 접이의자나 간이의자를 들고 모여들었다.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 지휘하는 오페라인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Tristan und Isolde)를 보기 위해서이다. 오페라 관람객은 보통 슈트차림의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도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격식이라도 갖춘 의상차림이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그 전형과 전혀 달랐다.
“언제 이렇게 오페라를 구경할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슈타츠오퍼는 올해 3번째를 맞이했다. 슈타츠오퍼는 이번 시즌의 개회를 ‘모두를 위한 오페라’행사와 함께 한 것이다. 슈타츠오퍼 메인 홀에서는 호르스트 쾰러(Horst Koehler) 독일 대통령을 비롯 저명인사들이 관람하고 있었고 이를 자동차회사 BMW가 스폰서가 되어 바로 옆 광장에 80제곱미터크기의 대형스크린에 중계 방송한 것이다. 운터 덴 린덴 거리는 이 날 이 행사를 위해서 교통이 통제되어 관람객들은 야외지만 교통 소음 없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한다면 공연시작 전에 자리에 앉아야 하고 늦으면 곡 중간에는 입장이 불가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행여 기침이라도 나올라치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사탕이라도 입에 물고 참아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장면에서도 절대 옆 사람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 날 용서가 되고 가능했다. 모두를 위한 오페라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늦게 오면 단지 뒷자리에 앉아야할 뿐 아무 때나 올 수도 또는 자리를 뜰 수도 있다. 옆 사람과 얘기도 나누고 준비해온 커피나 아니면 소시지를 사다 먹을 수도 있다.






이 날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고 바람도 부는 날씨 탓에 이전 해에 비해 관람객들은 적었으나 중간의 휴식시간까지 합해 5시간 반이나 걸리는 오페라 끝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공연을 관람하던 중 비가 내리자 사람들은 준비해온 우산이나 비옷을 입기도 하고 주최 측에서 급히 나누어준 1회용 비닐덮개를 입고서 자리를 지키며 계속 관람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오페라가 끝난 후 지휘자와 오페라가수들이 밖으로 나와 스크린 앞에 서서 라이브로 인사하며 소개될 때는 마치 팝스타에 견줄만큼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모두를 위한 슈타츠오퍼 행사는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관람객들의 한손에는 오늘의 감동으로 오페라하우스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슈타츠오퍼가 관람객들에게 선물한 9월 관람 30%할인권이 쥐어져 있었다.


슈타츠오퍼는 내년 가을 보수공사로 인해 3년동안 샬로텐부르크의 쉴러극장으로 옮긴다. 그리고 스타테너인 로날도 빌라존(Rolando Villazon)의 출연이 예정되어있는 차이코프스키의 오이겐 오네긴(Eugen Onegin)으로 또 다시 모두를 위한 슈타츠오퍼 프로그램을 6월초에 마련하며 이번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새로운 관람객을 얻기위한 하나의 이벤트인 이러한 오픈 에어 중계방송은 독일에서 유행이다. 바그너축제가 열리는 바이로이트에서도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를 시내 광장인 폴크스페스트플라츠에 생중계했었다.










지난 9월 12일 오전9시 30분 평소 오페라 공연시작이라고 하기엔 이른 시각에 곱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도이췌오퍼건물 앞에 많이 모여 있었다. 바로 잠시 후인 10시부터 9월27일 초연을 앞둔 오페라 리햐드 스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프라우 오네 샤텐(Frau ohne Schatten 그림자 없는 여인)가 공개리허설을 갖기 때문이다.
도이췌오퍼의 프로그램책자에는 올라와 있지만 특별한 광고도 본 적이 없는데 막상 메인홀에 들어서자 좌석이 꽉 차있다. 첫 공연인 27일에 이 공연을 보려면 최소한 36유로부터 120유로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보다도 더 빨리 공연을 볼 수 있으면서도 무료이다. 이 공개리허설을 보려면 미리 매표소에서 좌석표만 받으면 된다. 물론 공개리허셜은 실제 공연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오케스트라도 없이 피아노의 반주로 오페라가수들은 노래를 부른다. 무대장치며 오페라가수들의 무대 연기 또한 아직 완성되기 전이다. 조명 또한 아직 없다. 하지만 실제 공연에는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공개리허설의 묘미이리라.


도이췌오퍼 극장장이자 연출가인 키르스텐 하암스(Kirsten Harms)여사가 무대에 올라서서 오페라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도 하고 오페라가수의 소개와 함께 맡은 역할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오페라가수의 무대 연기에 대해서도 연출가가 가끔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것이 더 흥미롭게 보이냐며 의견을 묻기도 하고 수정하고 지도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오페라공연동안 빨리 변경되는 무대장치에 대해서도 어떻게 되는 것인지 설명하며 천천히 보여주기도 한다.
오페라 관람객들에게는 보통 세 네시간 걸리는 한 번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어떤 과정들을 거치는지 연출가와 관람객들의 오가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인식할 수 있었고 공개리허설을 본 모두에게는 한걸음 더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