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일 오전 9시, 광주 조선대학교 서석홀로 커다란 짐 가방을 든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옷차림과 얼굴 생김새를 통해 이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은 방글라데시, 부탄, 브루나이,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일본,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대한민국 등 아시아 21개국의 청년들 70여명이 참가하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아시아 각국에서 모여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보낼 시간에 대한 설렘과 이들의 낯선 얼굴 이면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친숙함이 반갑게 느껴졌다.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진행된 개회식에서는 유네스코 아태지역 인문사회과학 자문관 데릴 메이서의 환영사와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개회식에서 축사를 전한 이병훈 단장은 “아시아 문화의 잠재성과 역동성을 통해 아시아가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며 “이번 포럼을 통해 아시아 문화, 특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들어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회사에 이어 유네스코 아시아 청년포럼 참가자, 광주지역 대학생 및 시민 약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강연이 열렸다. 카르티케야 사라바이 인도 환경교육센터 설립이사와 마리 다카나이 필리핀 아시아사회적기업연구원 원장의 기조강연과 데릴 메이서 자문관의 특별강연이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카르티케야 사라바이 설립이사는 기조강연을 통해 ‘아시아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아시아 청년들의 보다 적극적인 실천을 요구하였다. 두 번째 기조강연에 나선 마리 다카나이 원장은 ‘지속가능 발전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주제로 변화하고 있는 기업윤리의 흐름에 대해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데릴 메이서 자문관은 특별강연으로 ‘청년의 참여를 위한 유네스코의 전략’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7월 4일, 숨 가쁘게 포럼을 함께 있던 참가자들이 광주시내로 나섰다. ‘아시아 청년문화 한마당’ 이라는 주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 방문과 광주의 전통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을 찾은 포럼 참가자들은 2012년 건립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설명을 듣고, 홍보관 내에 각종 첨단기기들을 몸소 체험하며 광주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이해를 넓혔다. 장소를 대인시장으로 옮긴 포럼 참가자들은 함께 미션 수행에 참여(어메이징 레이스)하며 한국 전통 시장을 느끼고, 한국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도전! 시장 골든벨), 자기 이름을 다른 국가의 언어로 T-shirt에 새겨보고(내 이름은), 자국시장을 가리키는 방향 표지판을 제작하여 대인시장 곳곳에 설치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시장에서 파는 여러 가지 음식을 한데 모아놓고 점심식사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던 ‘대인 뷔페’는 포럼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날 대인시장은 직접 자신의 나라에서 들고 온 물건들을 가지고 장사에 참여한 포럼 참가자들과 정해진 시간 안에 물건을 구해오고 사람을 섭외 해오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시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외국인들로 내내 활기가 돌았다. 포럼 참가자들이 보내온 각 국 아시아 시장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 전시, 시장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 소리와 시장 내 작은 콘서트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 멜로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활기를 더했다. 잘 정돈된 백화점과 대형할인 마트에 익숙해져가는 오늘날, 대인시장의 복잡거리는 풍경이 왠지 그립고 정겨운 건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평화로움과 여유, 무엇보다도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어디서나 다 같은 사람향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 방문과 대인시장에서의 활기 찬 하루를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포럼 기간 동안 계속되었던 회의를 마무리 짓고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포럼 기간 중 참가자들은 세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주제에 대해 심화토론을 한 후 다함께 모여 소그룹에서 나온 토론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체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한편,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결의안의 내용은 조금씩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네 차례 반복된 전체회의와 그룹토의를 거쳐 마침내 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결의안이 완성되었다.


세계 경제 위기와 취업난 등 청년들이 설 곳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크게 세 개의 주제 ‘청년의 준비, 참여 증대, 권한부여(Equip, Enhance, Empower)’를 중심으로 지역적 차원의 대안이 제시되었다.


먼저 자신이 속한 지역과 문화, 전통의 가치를 아는 청년으로 준비(equip)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계획되었고, 이렇게 준비된 청년들의 사회 참여를 증대(enhance)시키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지역 전통을 학습하면서 아시아의 문화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캠페인을 계획하였다. 마지막으로 청년에게 필요한 권한을 부여(empower)하기 위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지원해주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이 ‘광주결의안’ 은 이후 10월에 프랑스에서 열릴 유네스코 세계 청년대회에 발표될 예정이며 포럼 개최 후 제35차 유네스코 총회에 보고서로 제출된다.





결의안 마련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6일 동안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각 국의 상황이 다르고 아시아 가치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토론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도 좁혀지지 않는 참가자들 간의 인식 차이는 결의안 채택을 더디게 하였다. 하지만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국의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더딘 발걸음은 단단할 수 있었고,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치면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열띤 2시간의 소그룹 회의 10분의 휴식 후 이어진 전체회의, 다시 소그룹으로 돌아가 회의.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21개국의 참가자들은 그렇게 하나의 아시아로 거듭나고 있었다.





마지막 환송파티에서는 그 동안 모두가 함께했던 모든 활동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화의 밤에 각국의 전통 옷을 입고 조별공연을 하는 모습, 서로의 손을 잡고 하나 되어 단체게임을 하는 모습, 대인시장에서의 긴 하루,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계속되었던 회의와 나눔,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며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고별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훔쳤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라는 한동네의 친구들이다.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가 21개국이니 한 달에 한 나라씩만 가도 1년이 모자를 정도이다. 이전엔 아프가니스탄에 관련된 뉴스가 나와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내 친구가 사는 곳의 사건이다.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던 아시아 국가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70명의 참가자들이 아시아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아시아’라는, 단순한 지역 이상의 가치로 모두 연결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평생에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유네스코 아시아 청년포럼. 아시아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확인하고 서로가 다르지만 같다는 아시아적 인식을 나눌 수 있었던 이번 제3차 유네스코 아시아 청년포럼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의 씨앗이 세계 곳곳에 뿌려지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아시아 문화의 꽃을 피워낼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어지는 2012년, 세계 어디에선가 아시아 가치를 알리고 있을 친구들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