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캠퍼스. 한 남학생이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왠지 호탕한 성격을 가진 듯한 이 남학생은 대학생기자단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곽두만이라는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는 25살이라고 했다. 처음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약간은 생소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대학생기자단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였다.


“우리의 광주를 발전시켜줄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이름은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지만 도청철거에 관한 사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도청 철거에 대한 제 의견은 음……. 딱히 좋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쁘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처음에 저는 도청 자체를 철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척 나쁘다고 생각했었지만 도청 전체가 아니라 별관 건물만을 철거한다고 하니 예전에
비해 그 인식은 좀 좋아졌어요. 그리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성공한다면 우리의 광주를 발전시켜줄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청 별관을 철거하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광주를 발전시켜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 자리에 극장도 생기고 여러 가지 문화 편의 시설이 생긴다고 하니 광주 시민들에게는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 광주가 문화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실은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가 현저히 낙후되어 있다는 생각에 씁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계기로 진정한 문화의 도시가 될 광주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취재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자체를 잘 모른다는 대답을 상당히 많이 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조성사업. 앞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인 우리 광주의 대학생들이 이 사업에 대해서 모른다는 점이 씁쓸할 뿐이다. 지금은 광주 시민들의 힘이 필요할 때다. 특히 훗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의 힘은 더더욱 절실한 때라고 우리 대학생기자단은 생각했다.










초여름 햇살이 무덥게도 내리 쬐는 어느 날, 대학생기자단은 서울 강남역 거리로 나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게시판의 초록색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공간이 모두 소진 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으나 정작 결과에 대한 답은 기대만큼 흡족하지 않았다. 질문은 간단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어디일까요?” 바쁜 사람들을 위해 핵심으로 일축해 참여도를 끌어낸 질의 밑에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라고 적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 약 300명이 자신의 의견에 따라 스티커를 붙였다. 그 결과 서울이 약 8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외 부산 10%, 광주, 대구, 대전은 각각 5%, 3%, 2%로의 비율을 보였다.












가장 첫 번째로 광주에 스티커를 붙인 유지혜(26, 취업 준비생)씨는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밝히며 동시에 전통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이나 TV에 실린 기사들을 일찍이 접했다는 그녀의 대답은 홍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차현진(31,사업)씨도 광주에 한 표를 던지며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본디 광주 사람이기에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것, 그 외에도 익명을 요구한 광주의 중학교사 김모씨 역시 광주에 거주한다는 답으로 인지도에 근거를 붙였다.









대부분 서울지역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들의 답은 간단했다. 한국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박민영(23, 강남)씨는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화 중심도시도 서울에 조성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차영림(28, 학생)씨 역시 서울이 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이곳에 조성되어야 편하게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의외는 부산이었다. 서울을 제외한 4대 도시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 서울을 찍지 않은 시민들은 거의 부산에 스티커를 붙였다. 최호진(21, 군인)씨 역시 부산에 표를 던지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면 교역이 필요 할 것이고 바닷길이 있으면 편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박유진(27, 학생)씨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제2의 도시는 부산이기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도 당연히 그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응원의 말까지 잊지 않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 외에도 정확한 시책을 묻는 사람들까지 등장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매우 다양한 관심을 들을 수 있었다.












2012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지고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도약하는 날이 멀지 않은 2009년의 지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화 환경 조성하기, 건축물, 콘텐츠, 인력 등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에 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히고 아시아 문화교류와 협력을 위한 행보를 걸어왔다. 국제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빛의 숲’ 설계개념에 관한 수차례의 공청회와 설명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공식, 지속적으로 나갔던 광고들, 기고, 관련 기사들, 그리고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아시아 생태문화 국제컨퍼런스’, ‘브랜드개발 홍보프로젝트’, ‘문화도시 국제컨퍼런스’, ‘아시아문화포럼’, ‘아시아 청년 캠프’, ‘동아시아 어린이예술제’ 등의 크고 작은 문화 교류 행사들을 통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만들어나갔다.


과거에는 같은 동네나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웃을 오갔었다. 반창회, 친목회 같은 모임을 통해서 정을 나누었고 이웃의 일을 나의 일 마냥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 사회의 우리는, 아파트에 살아도 바로 옆 집, 내 이웃에 누가 사는 지조차 알지 못 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게 실정이다. 무관심.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이리라. 이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그리고 그 핵심 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것은 단지 일부의 잔치가 아니라 모든 시민, 그리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인들이 모이는 축제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작은 관심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발걸음을 증폭시킬 수 있는 주요한 열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