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을 시작으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박이문 연세대 교수의 기조발제, 제1부 ‘아시아+생태+문화란 무엇인가’, 제2부 ‘생태문화로 아시아와 소통하다’, 그리고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 날 회의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북경대학교 문화산업연구원과 베트남 문화예술원과의 학술교류협력 협약식을 각각 가졌다. 「제1회 아시아 생태문화 국제컨퍼런스」를 계기로 갖게 된 이번 한국-중국, 한국-베트남 간의 협약은 국가간 교류와 우애증진을 토대로 상호 다양한 문화교류와 협력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 증진과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맺어진 것이다. 향후 더 많은 아시아 국가간 학술문화교류를 넓혀 아시아문화전당의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할 전망이다.








김대기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개회사에서 “아시아의 생태문화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최초의 회의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논의된 내용들은 아시아문화정보원의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생태회의를 아시아문화전당 운영의 한축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박이문 연세대 교수는 ‘생태위기와 아시아의 생태문화’를 주제로 “아시아 문화는 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기여할 수 있다”며 “아시아의 전통 사상과 과학 기술이 연계해 실질적인 생태계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 1부 [아시아 +생태+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조경만 목포대 교수의 “교섭과 체현 속의 자연, 몸, 의례와 예술:생태공동체를 향한 문화 실천”, 이정덕 전북대교수의 "문화의 개념과 범주에 대한 일고찰" 의 발제가 이어졌다.


조경만 교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에 대하여 두 줄기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의제를 던졌다. 하나는 총체화, 다른 하나는 표상으로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전당의 전체적인 메시지, 다루어야 할 주제, 시설들의 기능이 바로 그 두 가지 원리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생태문화 연구가 전당에 어떤 시사점을 줄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 발표한다며 사람이 살고 경험하는 자연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문화와 자연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생태문화를 정의하기 위해 먼저 인접개념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즉 문화, 생태, 인간생태학 (human ecology), 문화생태학(cultural ecology), 민족생태학(ethnic ecology), 에코컬추어(Eco-culture)라는 생태문화의 인접개념을 통해 생태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하였다. 이 교수는 ‘생태문화’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 다분히 ‘편향적’인 요소가 들어 있음을 시사하며, 기존의 ‘생태문화’를 바라보는 편향적 시각-‘생태적 문화’라든지 ‘생태문화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개념’-들로는 ‘생태문화’를 올바르게 정의내릴 수가 없어 ‘생태문화’를 우리의 실제 일상 삶에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고 ‘생태문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정리 즉 중립적인 개념정리를 위해서는 ‘생태문화’의 연구에 있어 자연친화적·친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생태 파괴적, 또는 환경 파괴적이라고 하는 요소까지 함께 포함시켜 장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파악하여 자연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해야한다고 밝혔다.














오찬 후 1부가 이어졌다. 『아시아+생태+문화』라는 주제로 이도원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생태지식의 현대적 함의 찾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충북대 리신호 교수는 「전통 살림집을 통해 본 주거의 생태문화」, 안동대의 임재해 교수는 「전통 마을 문화에 갈무리된 생태문화의 가치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도원 교수는 전통 생태 지식이 어떠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가지는지에 관해 과학적으로 증명해나갔다. 예를 들어 앞마당에 나무를 심지 말라는 금기, 마을의 경계를 보완하기 위한 인공 숲 등에서 생태학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규명하고자 했다. 논문은 ‘전통적인 삶 속의 이야기’라는 인문학적 요소를 생태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 맞춘 전통 살림집에 직접 살고 있다는 충북대의 리신호 교수는 스스로 체험한 전통 가옥의 장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창호의 단열 효과와 통기성, 적절한 방음과 채광효과에 대해 과학적인 실험결과를 제시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한옥의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할 것을 당부했다.


임재해 교수는 도시와 농촌의 관계에서 농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생태문화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였다. “지속가능한 생태문화를 위해서는 공시적 관계는 좁히고 사람과 사람간의 친밀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통시적 관계망은 넓혀 먼 미래와 후손을 생각해야한다”며 나아가 전통 문화를 전근대적인 미신 문화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생태문화로 인식하는 인문주의 생태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 발표가 끝난 후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에는 ‘충간문화연구소’ 장석만, 임돈희(동국대), 박수진(서울대), 천득염(전남대) 교수와 ‘도시와 자연연구소’ 소장 제종길 씨가 참석했다. 장석만 씨는 1부 「교섭과 체현 속의 자연, 몸, 의례와 예술」에 관한 논문에 공감을 표시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지향점이 생태학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있으며, ‘아시아’가 결코 ‘비아시아’를 배제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여기서 재차 강조됐다. 임돈희 교수는 이정덕 교수의 「생태문화의 개념과 범주에 대한 일고찰」을 토론하면서 논고에서 ‘시간적 변수’가 빠졌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덕 교수는 마을과 생태의 지속적 문화사와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태문화에 대해 접근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답했다. 박수진 교수는 이도원 교수의 논문에 대해 전통생태지식이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양함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접근의 획기적인 변환을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주최자에게 인류의 지식자원정보들을 수집·저장·열람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을 건의했다.






전통 건축 전문가인 전남대의 천득염 교수는 리신호 교수의 「전통 살림집을 통해 본 주거의 생태문화」에 대해 한옥의 장점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는 것을 지적했다. 한옥은 물과 불에 취약하고 건축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리신호 교수는 한옥이 불에 취약하다는 것에 대해 재반박한 후, 현대건축에 대한 관점이 아니라 전통건축부터 시작해서 생각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제종길 소장은 임재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다른 개체와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의 속성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룡화된 도시문제는 모두 전통마을의 양식을 좇아 살아가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재해 교수는 옛날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적 이치를 본받자는 내용이었음을 강조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에 층간 로비를 만드는 것과 같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짧은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을 마쳤다.









약간의 휴식시간 후 2부에서는 『생태문화로 아시아와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아시아의 생태문화 연구 현황 및 활용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회는 한국외대의 임영상 교수가 맡았다. 2부에서는 이란 테헤란대의 모타바 아데스타니, 일본의 오사카 국립민족박물관 민족사회연구부에서 아사쿠라 토시오, 중국 북경대의 문화산업연구원인 향 용의 논문발표가 있었다. 잠시 후 베트남 문화예술원의 응우옌 찌 벤, 싱가포르 아시아기자협회의 이반 림 신 친의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모타바 아데스타니 교수는 「이란 중부 지방의 지하수 자원을 위한 전통적,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써의 카나트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 논문은 카나트란 무엇인가를 개괄하고 있다. 그는 ‘깊은 우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재생가능한 수급체계인 카나트를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아사쿠라 토시오 교수는 일본 내 국립민족박물관의 창설부터 30여 년 간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연구자, 대상, 지역, 조직, 동향별로 나누어 민족박물관의 연구를 보고했다. 또한 일본사회에서 「생태마을」의 사례가 신문과 잡지, 인터넷 기사를 중심으로 제시됐다.


향 용 부원장은 「문화생태구조와 문화산업개발모델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 사천성의 지진재해구역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화생태계로 재건되고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베트남의 생태문화와 관련한 연구 성과 및 과제에 대해서는 응우옌 찌 벤 문화예술원장이 발제했다. 그는 먼저 베트남의 다양한 자연환경에 따른 다민족 집단의 형성과 그들의 문화 정체성에 대해 소개했다. 베트남 생태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밝혔다. 또한 아시아 생태문화 연구가들이 연구 성과를 교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이반 림 신 친 부회장은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생태문화를 내용으로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의 가치와 서구 기술의 조화가 싱가포르의 생태문화를 형성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글로컬(GLOCAL)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아시아 생태문화를 위한 아시아 각국의 노력들을 살피고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들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다시 열릴 학술대회는 1차 때 제기됐던 연구 성과를 확인하고 발표 시간 외 질문시간을 늘리는 등 더욱 알차게 준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