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음 김포 공항으로 이동, 곧바로 제주로 향했다. 서울의 궂은 날씨와 오전동안 쉬지 않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들의 미소는 햇살처럼 밝고 환했다.


"한국은 매우 좋고 멋진 나라입니다. 아세안과 한국이 함께해서 영광이며 멋진 무대가 만들어 질 것이라 기대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알로에 시우스)











입국의 피로가 가시지도 않은 5월 22일, 연주자, 작곡가 및 위원장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합동 연습 시간을 가졌다. 휘닉스 아일랜드 호텔 블룸 홀에서 약 5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린 연습. 여로가 덜 풀린 가운데 긴 시간동안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자 및 작곡가들은 대단한 집중력과 열정의 마음을 담아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이 날은 이번 창단 공연을 위해 각 나라의 민요를 바탕으로 창작된 곡들이 처음으로 선보인 자리. 연주자들은 건네받은 악보를 열심히 익혀가며 생소하지만 애정 어린 마음으로 타국의 낯선 음악을 연주 했다. 11개국 전통악기의 협연이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합동 연주 연습이 끝난 후 잠시 가졌던 휴식 시간, 연주자 및 작곡가들은 문제점을 체크하고 그 자리에서 곡을 수정하였다.지난 2월에 있었던 워크숍 이후 새로운 창작곡으로 이루어진 첫 연습인만큼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작곡자들 또한 문제점에 봉착 했을 때마다 넘어가는 법 없이 해결에 심혈을 기울였다.

5월 23일, 제주 한복판에는 따가운 햇살이 잠시 소강상태 되어 오후 내내 구름 낀 날씨를 보였다. 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아 보이는 날씨를 뒤로한 채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온종일 연습을 거듭했다. 그들은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창단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려운 과정을 소화해내며 하나된 아시아의 음악을 탄생시키기 위해 치열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대학생기자단은 단 한 명의 불만 없이 모두가 서로 배려하며 한 걸음씩 맞춰나가는 열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한편으로는 고된 일정 속에 고국과 가족의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향수를 덜어주는데 작지만 큰 도움을 주고자 영상편지를 기획해보았다.


“안녕? 내 가족아. 안녕? 내 조국아. 모두가 보고 싶고 그립구나.”


그들이 말한 공통점은 예상했던 대로 ‘향수’였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가슴에 묻고 이번 오케스트라 공연에 성공하리라는 희망, 더불어 자신이 맡은 분야에 온 정성을 쏟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다.








첫 주의 시작을 알리는 5월 25일,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오는 5월 31일의 공연을 위해 숙소에서 나가지 않은 채 여전히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11개국의 전통 악기로 구성, 각 나라끼리 만남과 협력의 의미를 담도록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오케스트라는 11개국의 개성이 돋보이게 하고, 그 개성들이 뭉쳐 다 함께 어울리게 하려고 주안점을 두고 있다. 조화 속에 드러나는 각 악기의 개성. 그것이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온종일 연습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화의 다양성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다양한 개성이 눈에 띄었다. 무의식적으로 신발을 벗고 연습장과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 더운 국가에서 물을 많이 마셨던 습관 때문에 한국에서도 큰 병에 가득 담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경우, 지겨워 보일 정도로 악기를 다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깐의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국가의 악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서로 악기를 바꿔가며 연주하는 모습 등 오케스트라 단원들 의 열망과 호기심은 끝이 없어 보였다. 예정보다 길어진 연습 일과가 끝이 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수정되는 악보, 계속 되는 악기의 조율, 지칠 만도 하건만 개인 숙소에서는 늦게까지 악기 소리가 들렸다.







제주를 온 지 어느덧 6일째 접어들었다.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반복되는 일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악보 한 마디라도 꼼꼼히 수정하며 연습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울러, 방문 첫째 날 자기 나라 사람끼리만 모였던 분위기에 반해 식사 및 쉬는 시간에 여러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들끼리 만나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둔 외국 연주자들을 인터뷰를 통해 만날 수 있었으며 시종일관 우리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반대로 그들이 가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일화를 통해 일상에 지친 모든 독자에게 미소를 선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D-2,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까이 다가왔다. 제주 국제회의 센터(ICC: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 이하 ICC)에는 경호원의 삼엄한 경계로 입장이 비교적 까다로웠다. 31일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인 5층 탐라홀의 무대 뒤편 스크린은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부제가 떠 있었다.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28일부터 ICC로 장소를 옮겨 연습을 시작했다. 공연을 며칠 안 남겨두어서 일까, 스테프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리허설을 하는 단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숙소 연습장에서 연습했을 때에 비해 웃음이 적어졌으며, 쉬는 시간까지 십분 활용하여 각자 악기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오전 연습은 곡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접근하여 악보를 수정한데 반해, 오후 연습은 모든 국가의 연주자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실질적인 연습이 거행되었다.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등등 정해진 순서에 맞춰 순조롭게 연주했다.





“오로지 연습만이 세션별, 작곡자 및 지휘자와의 교감을 끌어내어 훌륭한 공연을 성사시키리라 생각합니다.”필리핀 연주자 알마 카벨 디톡은 “훌륭한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리허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하루밖에 남지 않아 악기별로 최대한 연습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비장감을 엿볼 수 있었다. 태국 연주자 아피차이 퐁루에러트는 “올바른 음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음향 시스템을 통해 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숙소에서는 외부에서 나는 소음이 커서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ICC는 지휘자, 작곡자, 음악가 모두가 주의 깊게 음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이번 공연은 잘 성사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여줬다. 싱가포르의 위 쿠안 체인 아드리안 연주자는 “전통의상과 전통악기는 ICC 내 현대식 공연장과 조화를 이루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가미되어 있어 독특하다고 생각이 듭니다.”라며 새로운 무대 환경이 적응되었음을 알려주었다.








5월 31일.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한국과 아세안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 창단 공연 무대가 펼쳐졌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펼쳐진 노력, 땀, 그리고 그들과 하나가 된 79대의 전통 악기들. 무대가 끝난 후, 이들에게는 끊임없는 박수가 이어졌다. 마침내, 음악으로 아시아가 하나가 되었다.

















5월 3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 공연에 이어 4일, 일반 시민들에게 그 첫선을 보인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기립박수 속에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얻었다. 특히 객석을 가득 매운 관람객들은 처음 보는 악기와 생소한 국가의 연주자들을 보면서 많은 호기심을 내 비쳤으며,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탄복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전통을 아름답게 재구성하여, 각 나라의 특색이 묻어나면서도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슬로건에 딱 맞는 조화로운 연주를 선 보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기획한 ‘아시아예술커뮤니티’ 사업의 첫 번째 주자인 한 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많은 시민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 후 이어질 ‘아시아예술커뮤니티’의 다른 프로젝트 또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에 완공 될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완공 이전부터 완공 이후 추진하고 진행 가능할 수 있도록 많은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고,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한 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이른바 ‘아시아예술커뮤
니티’라는 사업을 구상하여 대한민국과 아세안, 중앙아시아, 아랍, 남아시아, 동북아지역까지를 아우르는 예술 커뮤니티 구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예술커뮤니티’는 아시아의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예술을 통한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시아 각 권역별의 특징을 통해 아시아 예술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단순히 아시아라고 분류되는 지역의 협력을 돕는 차원이 아니다. 지역적인 인접성에 국한 하지 않고, 문화 콘텐츠의 공통성을 발견하고 그 공통성에 기초한 협력과 더불어 아시아적 예술성을 창조해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 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서구 주도의 오케스트라 문화에서 벗어나 아시아 각 나라의 전통의 예술적 가치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여 각 아시아의 전통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아시아적 예술성을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유일무이한 전통 오케스트라인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커뮤니티 사업은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아세안 권역과의 문화협력인 한 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를 선두로, 한 중앙아시아 스토리텔링위원회가 진행될 중앙아시아 권역, 한 아랍 영상제가 진행될 아랍 권역, 한 남아시아연합 전통무용단이 진행될 남아시아 권역, 한 동북아연합 전통연희극단이 진행될 동북아 권역 등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이것은 단기적인 공연형식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권역 별로 진행되는 각각의 프로젝트는 2012년에 완공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완공에 맞추어 각자의 활동에 만전을 기하면서 전당 완공 이후 전당을 근거지로 삼고 각 권역과 여타 다른 지역에 까지 개개의 예술 커뮤니티의 성과를 전시 및 공연할 예정이다.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의 한마당’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에 관한 대학생기자단의 더 자세한 취재물(기사,사진,영상)은
    http://cafe.daum.net/gjasia  , http://blog.naver.com/s660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