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11개국의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는 내부 운영규정 검토 및 수정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 운영방식이나 지켜야할 내부 규정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있었다. 특히 ‘Globalization(세계화)’라는 단어를 놓고 그 의미가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의미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가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10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지난 2월25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워크숍 특별 공연장면을 담은 영상시청을 시작으로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실천 가능성, 이 한 마디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회의의 가치까지 결정 할 수 있는 중요한 말이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결과물을 낳아야만 지금껏 애써 왔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어떤 식의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수히 노력했던 어제를 보다 값지게 할 이 ‘한마디’에 적합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9일 회의의 안건에서 찾을 수 있다. 점진적 발전에 의거한 공연 계획과 관객이 빠져들 수 있는 무대 즉, 합리적인 편성 및 레퍼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9일, 선재규 문화체육관광부 전당운영협력과장의 설명으로 공연계획이 발표되었다. 제주도에서 열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기념 공연’과 창설공연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공연을 보면서 실제로 울었습니다. 무모했던 시도가 눈앞에 나타나니 감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재규 과장은 공연계획 설명에 앞선 소감에서 떨린 목소리로 그때의 감동을 전했다. 잊을 수 없는 시간, 끈끈한 의미, 다시 한 번 더 나누기 위해서라도 공연 계획 확정에 박차를 가했다던 선재규 과장은 계획서 발표 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조용하던 실내는, 경청하던 이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로 다시 활기를 띠었다.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선재규 과장만큼이나 짙은 바람으로 공연을 기다리는 위원단 그리고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아시아 전통음악에 대한 갈증과 염원을 위해서라도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계속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발표는 최상화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이 나서며 시작되었다. 주제는 편성 및 레퍼토리에 관한 사항이었다. 특별한 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공연 계획과 달리 편성 및 레퍼토리는 그 과정이 어려운 작업인 만큼 세밀한 문제에도 깊은 관심이 모아졌다. 본 회의에서 각국의 위원 및 실무자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해결 하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순조로운 이해관계를 성립하고 현명한 목소리를 모아 진정 하나 된 아시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대한민국의 11개국이 각 국의 전통 악기와 소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 외 처음과 끝을 협연으로 함으로써 여러 개의 나라가 하나되어 아시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보여질 레퍼토리는 지난 워크숍 특별 공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소가 바뀜에 따라 기술적인 부분은 바뀔 수 있음을 강조하던 최상화 위원은 미학적 관점에서 배열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공연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부여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편성에 있어서도 타악기 앞으로 관악기, 오른 쪽 앞의 현악기, 왼쪽 앞 칠현악기를 배치하는 걸로 과감히 서양 오케스트라의 법칙을 깨 새로운 공연에 꼭 맞는 새로운 시도라는 호평을 들었다.




오후로 치닫는 시각, 회의는 약 두 시간째 열 띤 토론의 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양한 나라가 모인만큼 다양한 문제점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례차례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타당하게 마무리 짓는 각국 대표 및 실무자들의 모습은 이후 더욱 세계로 나아가는 ‘한-아세한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내일을 짐작케 했다.






이 날, 두 가지 안건을 중심으로 한 오전 회의는 만찬 시간이 다다라서야 끝이 났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결코 아깝지 않을 만큼 거둬들인 성과는 둘째치더라도 한-아세한 전통음악 오케스트라가 아시아 문화의 중심에 내린 뿌리를 굳히는데 풍부한 밑거름이 될 시간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고 머리를 맞대었던 이들의 표정은 만족스러운 회의 결과만큼이나 한결같이 밝았다. 회의에 참가한 내내, 견해가 달랐다 하더라도 공연을 멋지게 이뤄 내리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같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실천에는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 뜨거운 의지로 가득 찼던 3월 9일, 모든 이들의 희망대로 거대한 가능성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날 회의에서는 ‘생태마을 디지털 아카이브와 문화지도 구축’ 및 ‘아시아 민족음악 자원 개발’에 관한 구체적 방향, 더불어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 운영규정(안)을 최종 점검 하였다. 또한 5월에 있을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공식 출범과 금년도 및 2010년 이후의 일정까지 논의되었다.

ο…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완공 이후에 대한 발표=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의 첫 순서는 이근영 전문관이 발표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안내였다. 2012년 완공되면 정기공연 개최 및 아시아 각 국가만의 다양한 콘텐츠를 극대화시켜 자원 공유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힌 그는 아시아 국가별로 공유된 자료들을 점차 전 세계로 확대시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ο… 생태 문화 협력 및 기대 효과 필요성 강조=위에 이어 이근영 전문관은 아시아 생태 문화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아시아인들의 전통문화를 매개로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면 서구 기계문화와 대비되는 가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기 쉽다고 밝힘과 더불어 각 국가로 하여금 공동 발굴 수집단을 조성하여 문헌 및 현지조사 등과 같은 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유하겠다는 취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아시아 각 국가의 전통마을로 하여금 ‘살아 있는 전통 종합 박물관’으로 칭하여 관광 수입의 증대를 기대하게 했다

ο… 시종 일관 밝은 분위기=아시아 민족음악 자원개발 논의는 국가별로 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이라 국가별 발표에서 하나같이 문화 허브 구축에 대해 긍정적이고 고맙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에서 새로운 기술을 공유해주는 점에 대해 기대를 표했으며, 현지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겠다는 호의적인 발언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측은 부처들이 따로 떨어져 있어 각각 협의를 봐야 한다며 추후 합산,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ο… 조셉 유스타세 얼 피터스(이하 조셉) 위원장 ‘문화협력 적극적 방안 논의 요구’=조셉 위원장은 공연시 문화적 고려를 통한 악기 특성을 보다 전문화하려면 음향 전문가와 문화 전문가를 통해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좌석 배치는 2월 공연 당시 두 단으로 되어 있는 구조가 악기 크기에 따라 연주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제기, 무대 디자이너로 하여금 삼단, 혹은 사단으로 구성하여 자리를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일부 단원 및 오케스트라에 비적합한 악기들을 고려, 해당 국가에서 이들을 교체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 현재 규정에 초기 계약은 5월 30일까지이며, 주최국인 우리나라가 연주자들을 교체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울러 일부 증폭이 필요한 악기는 음향 전문가를 고용하여 개별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으며, 마지막으로 외부조달(Outsourcing) 업체를 선별하여 연주 자료들을 CD, MP3 등의 매체로 제작, 누구나 웹 사이트에서 내려받기(Download)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ο…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 운영규정(안) 최종 점검=이번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 운영규정(안)은 다른 안건들과는 달리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들은 영어로 번역된 규정(안)의 문법구조에 대한 지적부터 구체적인 년도 명시 요구 등 여러 사항에 대한 수정을 요했다. 이 규정(안)은 해당국이 요청 할 경우 지속적인 수정을 거쳐 오는 4월 30일에 최종 확정을 할 예정이다. 마침내 한-아세안 전통음악 위원회와 한-아세안 정부대표 실무위원회로 구성된 11개 국가가 합의 의사록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국 대표로 서명하게 되었다.






3차에 걸친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가 성황리에 마친 후 말레이시아 대표단 모하드 야지드 자카리나(41)는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아세안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다. “우리에게 많은 제안을 해 준 한국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양국이 충분히 서로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을 표명했다. 베트남 실무위원회 트란 하이 반은 “이번 회의로 음향시설이나 무대 재규정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 그동안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제5안건 생태마을에 관련, 각 국가의 자원 공유에 관한 내용은 참신하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며 우리 측 제안들에 대해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앞으로의 과제는 5월에 있을 두 공연을 어떻게 성사시키느냐가 되겠다. 창설 기념 공연과 더불어 5월 31일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기념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새로운 장이 열린 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 어떤 식의 공연을 선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한, 추후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에 어떤 식으로 아세안 문화 콘텐츠를 전 세계에 인지도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앞으로의 구체적인 행보가 기대된다. 이번에 열렸던 3차 회의는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훨씬 지나서 끝이 났지만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이번 서명을 통해 품은 새로운 희망이 국가별 국민, 그리고 해당 국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크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는 2008년 5월 29일 ‘2차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에서 2009년 6월에 개최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20주년의 기념공연을 목적으로 액션플랜이 제출되었으며, 이후 2012년 광주에 건립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기점으로 하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주무대로 채택하고, 오케스트라를 통하여 각 아시아 국가적 전통음악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이 이번 오케스트라의 방향이다. 이와 더불어 ‘오케스트라’라는 활동의 특성은 한국 및 아세안 10개국과의 조화로움을 표방하고, ‘어울림, 조화’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것이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제3차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에서 지켜본 각 위원들의 회의모습과 대화, 그들의 웃음은 그들이 가진 비전이 무엇인지를 자체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이번 회의는 매 해를 더해 가면서 성과를 통해 본래의 목적과 비전을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가 가지는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문화가치는 그 끝을 알 수 없으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다른 이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만나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것을 배우고 토론하는 것, 더하여 ‘어울린다’ 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는 문화가치가 지니는 긍정적 기능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3차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는 단순히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 어울림을 표방하는 비전을 갖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아세안(전통음악 오케스트라)과 문화협력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신화·설화 문학) 아랍(영상) 남아시아(전통무용) 동북아(전통연희) 등 5개 권역별로 특성화 된 ‘아시아예술커뮤니티’를 이루어나갈 것이다. 2012년. 아시아 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