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를 바꿔놓은 혁명들이 있다. 영국 명예혁명, 미국 독립 혁명, 러시아 혁명···. 그리고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혁명이 있다. 프랑스 혁명은 1789년 7월 14일 혁명가 카미유 데물랭의 선동으로 바스티유 감옥으로 몰려가면서 시작되었다. 그 날, 루이 16세는 화려한 베르사유 궁에서 사냥에 몰두하며 궁 밖의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 했다. 시민 농민 노동자 문필가 상인 할 것 없이 모두 거리에서 나온 혁명 이후, 신분계급을 상징하던 앙시앵레짐이 무너졌다. 그 7월 혁명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1848년 2월 혁명이 일어났다. 이번 혁명은 부패한 정권이 계기가 되었다. 7월 혁명 이후 정권을 거머쥔 내각의 부패와 산업 부르조아지와 노동세력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정부에 반대하는 연대 개혁 연회를 개최하게 만든다. 반발세력들의 집회가 연이어 일어나자 정부는 일체의 집회를 허락하지 않았고, 급기야 학생과 노동자들의 시위에 군대가 투입되어 발포를 하기에 이른다. 그에 따른 3일간의 시가전이 펼쳐졌다. 그 결과 2월 24일 정부 붕괴가 이루어지고 국왕 루이 필립이 퇴위하며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게 된다.





그로부터 160 여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던 파리의 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개선문에서 내려다보이는 샹젤리제 거리는 맥주 한잔의 낭만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막달라마 마리아의 유해가 묻힌 곳으로 나왔던 루브르 박물관과 퐁비두센터에서 과거와 첨단이 뒤섞인 예술의 향취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나왔던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틀담 성당, 예술가의 상징이 되어버린 몽마르뜨 언덕, 파리의 상징 에펠탑, 혁명의 역사였던 바스티유 감옥에는 극장이 세워졌다. 세계사에 주요한 혁명의 역사를 기록한 파리는, 이제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의 도시, 패션의 도시, 빛의 도시, 학술의 도시, 낭만과 고독이 함께 숨쉬는 도시, 꿈과 사랑의 도시, 음악의 도시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방문객들은 파리의 관광지에서 역사를 보고 그 문화에서 파리를 느낀다. 파리는,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필독서처럼 반드시 들러야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런 파리의 역사는 광주와 닮았다.

광주는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1980년 5월 18일,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간절하면서도 단호한 소망이 금남로 일대를 뒤덮었다. 거리로 나온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계엄군과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이 가해졌다. 붉은 피가 전남도청과 거리를 뒤덮었던 그 시간 이후 5.18 민주화 운동은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제6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 역사로 인해, 광주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문화수도 파리와 달리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아시아 민주·인권의 도시이자 정치도시로 알려지게 된다. 적어도 2003년까지는 그랬다. 그런 광주가 미래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2004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라는 대규모 국책 문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인권·평등의 도시인 광주에 문화를 덧칠하면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광주는 또 다른 혁명을 꿈꾸고 있다. 정치도시에서 아시아문화 교류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즉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구 전남도청과 금남로 일대에 깃들어 있는 오월 정신을 뿌리로 문화라는 꽃봉오리를 피우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광주는 2023년 지구촌 구석구석에 아시아 문화의 홀씨를 뿌릴 날을 기다리며 문화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조성사업의 심장부인 아시아문화전당이 문화발전소로 자리 잡게 되면 아시아와 세계에 문화 에너지를 공급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기차시간 때문에 급히 택시를 타고 광주역으로 이동한 적이 있었다. 목적지를 이미 들은 기사는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용무를 보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는 대답에 기사는 한숨을 푹 쉬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서울도 경기가 그래요? 서울은 그래도 낫죠? 광주만 이렇게 어려운 거죠? 다들 죽는다고 했던 IMF때도 이러지는 않았어요. 특히 광주는 산업이 없어요. 그저 소비의 도시일 뿐이죠. 돈을 쓰기만 하지, 벌어올 곳이 없잖아요. 젊은이들은 취업자리 찾아서 다 도시를 떠나고···. 누가 여기 와서 회사라도 차리겠어요?”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에 대한민국의 경제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광주를 포함한 지역 경제 또한 그 사정이 다르지 않다. 주가는 폭락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택시기사 또한 그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문화예술은 그 순수성에서 수치적으로 가치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사)경영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조성될 경우 전국적으로 생산유발효과가 2023년까지 8조 6,984억원, 고용창출효과가 11만 2천명에 이른다. 특히 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인 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될 경우 문화산업파급효과로는 1조 9천억 원, 지역경제파급효과는 1조원, 관광객유출방지효과는 2,450억원, 문화교육의 수요창출효과는 1,940억원, 문화교류의 수출증대효과는 약 800억원에 이르러, 연간 약 3조 5천억원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는 통계청 산업관련자료, 국민문화지수조사, 관광동향, 문화산업백서, 여타 사례 등을 참조해서 나온 결과이다.
파리는 프랑스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다. 관광 효과는 프랑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수익의 창출로 이어졌다. 정치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제2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의 광주는, 대한민국을 알리고, 아시아와 세계에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난국이라는 상황을 돌파하는 출입구가 될 것이다. 2023년, 그때가 되면 택시 기사에게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한숨 보다는, 외국 관광객들 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언어는 너무 어렵다는 한숨을 듣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