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봄의 향기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가득 메웠다. 여기저기 만개한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계절의 향취를 느끼게 만들었다.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처럼 아시아문화전당 또한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건립공사 중 건축부분을 대림산업(주)에서 수주한 것. 이로서 전당은 2012년 개관을 목표로 아시아예술극장, 아시아문화창조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 지식문화원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세계에 아시아 문화를 알리는 교류의 중심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축소판으로, 전당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이룩한 광주의 민주·인권·평등의 정신을 담아 누구나 문화콘텐츠를 기획·창작하고 문화를 이용할 수 있는 열린, 평등한 공간으로 제공될 예정.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문화를 연구하고 자원을 수집 전시하며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 미래의 아시아와 세계를 이끌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지식문화원을 비롯해서, 대극장·중극장이 있는 아시아예술극장을 통해 문화콘텐츠를 무대에 올릴 뿐만 아니라 작품 창작자, 제작자, 유통하는 이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마켓도 형성할 계획이다. 문화창조원은 예술인을 비롯해서 문화기획자, 제작자, 문화기업들이 창작·연구·전시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교류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5월 16일에는, 건축가가 본 대도시의 문화적 재생방안, 해외문화도시 조성사례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열린 2008 문화도시 국제컨퍼런스를 성황리 개최하였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까트리나 스테뉴 유네스코 본부 문화정책·문화간대화 국장, 이토 도요 건축가, 우규승 건축가, 로베르토 그란디 볼로냐 2000년 유럽문화도시 집행위원장을 비롯하여 사사키 마사유키 오사카 시립대학 도시연구프라자 소장, 빈센트 펑 전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총부민정사무국 차관보 등 유명 전문가들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참가정원이 조기마감, 참가 문의 쇄도 속에 다시 정원을 늘이는 등 문화도시와 창조도시에 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아시아문화예술전문인력양성사업, 아시아문화컨듀서양성사업 등이 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들도 추진되었다.









2008년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아시아문화전당의 기공식이었다.
6월 10일 열린 이날 기공식에는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참석,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심장부가 될 전당에 대한 설렌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문을 통해 문화는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인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비춘다며 “나 홀로 우뚝 선 건물이 아니라 빛고을의 밝음이 땅 속 깊이 스며드는 건물”이 되어주는 동시에, 온기를 머금은 땅 속의 훈훈함이 세상의 윗목까지 뎁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과거와 미래가 몸과 마음을 부비고 섞는 일“이라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가 문화예술이 파도치는 푸른 바다가 되게 하여달라고 기원하였다. 이 날 기공식은 평화를 위한 기원, 길닦음, 천고의 열림굿으로 시작해서 아시아문화터다지기 공연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나눔 잔치로 막을 내렸다.






기공식에 앞서 5월에 열린 한-아세안 문화협력 회의 또한 2008년의 가장 큰 수확 중에 하나였다. 5월 1차, 가을에 다시 2차 회의를 거쳐 2009년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 준비를 위한 이번 회의는 지난 2005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15주년을 기념한 ‘아세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안으로 기획되었다. 5월 29일, 30일 이틀간 서울과 광주에서 열린 이번 1차 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등 한-아세안 문화 교류 확대를 위한 3개의 의제에 합의하고 의사록을 체결했다. 아시아 11개국의 전통 악기가 어우러져 아시아만의 소리가 아시아와 세계에 울려 퍼질 날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상은, 하타슈지, 윈디시티 등이 참여하여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브랜드홍보프로젝트’, 아시아 21개국 청년활동가들이 모인 ‘제2차 유네스코 아시아청소년포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널리 알리고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명예기자 1기’ 선발, 세계 문화도시의 발빠른 소식을 전해줄 세계문화도시 통신원,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더 화제가 되었던 ‘2008 유네스코 동아시아어린이공연예술제’ 등이 여름을 장식하였다.















여름이 끝날 무렵, 초가을. 한-아세안 문화협력 2차 회의가 열렸다.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이번 회의를 통해, 한-아세안 전통음악위원회 발족을 공식 선포하고 한국측 박범훈 위원장, 아세안 측, 조셉 유스타세 얼 피터스 위원장을 선발, 향후 2012년 개관 예정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주무대로 활동할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악기 편성·레퍼토리·단원선발기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향후 영화, 전통무용, 신화전설 등 한-아랍, 한-남아시아 등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류를 확대하여 공동 커뮤니티를 형성할 예정이다.






10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홍보관이 금남로 1가 YMCA 건물 옆 천하빌딩으로 이전 새로이 오픈하며 문화쉼터로 거듭났다. 기존의 홍보관은 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지식문화원으로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츠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토 토요, 볼로냐시를 유럽문화도시로 만드는데 선두적인 역할을 담당한 로베르토 그란디 교수, 아세안 10개국의 정부 대표단 등 수많은 국내외 각계각층 인사들이 다녀갔다. 문화·교육·행정 등 여러 분야에 걸친 400여 개의 단체들이 홍보관을 방문하는 등 연간 5만 여명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홍보 기능을 톡톡히 해왔다.





아시아와의 교류 네트워크 강화 활동도 두드러졌다. ‘2008 아시아문화포럼’과 ‘2008 아시아청년문화캠프’도 그것. 지난 2006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린 아시아문화포럼의 이번 주제는 <유럽문화도시와 아시아문화콘텐츠를 통해본 아시아문화전당의 미래>. 하야시다 히데끼 일본국립미술관관장, 루이스 빅스 영국 리버풀비엔날레 총감독, 안젤로 굴리엘미 이탈리아 볼로냐 부시장 등의 저명한 패널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아시아 문화와 아시아문화전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아권 대학생 80여명이 모인 청년문화캠프는 ‘아시아, 문화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저탄소 녹생성장’, ‘기후변화로 훼손된 아시아의 세계문화유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외에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디지털 음원 및 음향산업 활성화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 분야의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그러나 가을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일까. 지난 6월 10일 기공식 이후 6월부터 시작된 천막농성으로 수면 위에 떠오른 구 도청별관 존치 여부 논란이 결국 전당 건립 공사의 중단을 불러오며 스산한 가을과 시린 겨울을 맞이하였다.









최협 위원장을 비롯하여 3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들이 위촉되는 한편, 일본 구마모토시에서 열린 ‘아시아국제건축포럼’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발표하는 기회도 가졌다. 아시아의 기발한 상상을 담은 ‘TIF 국제포럼’도 열렸다. 아세안 10개국을 돌며 위원들의 회의 속에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을 위한 준비도 박차를 가하였다.





그러나 2008년 겨울을 시리게 만든 것은 2008년 하반기 동안 문제가 되었던 구 도청별관 이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수많은 공청회, 설명회 등을 통해 이미 결정되었던 아시아문화전당의 설계 중 별관에 관한 논란이 전당의 기공식이 끝난 후에야 일부 5.18 단체에 의해 거론되었다. 장관 면담 이후, 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도청별관에 관한 시민대토론회’가 11월 18일 열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광주MBC공개홀의 객석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패널들의 갑론을박 속에 별관 존치와 기존 설계안대로 별관을 헐자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토론을 마치며 윤광장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5.18 항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가장 빠른 시간에 올바른 자리로 자리 매기한 역사라며 추진단은 최소한의 역사의식 및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어야 하며 도청별관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역사의식이 없는 증거”라고 지적하며 도청별관 문제는 설계 변경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5.18 역사정신의 계승은 모두가 합의된 일이지만 계승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만 존재한다. 공청회 설명회 등을 통해 이루어진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의 결과와 절차를 간과하는 것은 안된다.”며 5.18의 상징성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상징조형물 건립시 5.18 정신과 가치를 기념할 수 있는 내용을 상징 조형물설계경기지침에 반영 ▲바스티유 감옥 철거 사례처럼 도청별관에서 나온 주요 상징적 부재들을 5.18 기념공원·묘역 등에 진열 보존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부재를 활용한 아트 상품 제작 판매 사례처럼 도청별관 철거 후 부재를 아트상품으로 제작하여 5.18 정신을 전 세계에 전파 ▲ 5.18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도청본관(전당 내 민주평화기념관)에 축소모형 전시 ▲ 후세에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양측 모두 5.18 정신을 기억하자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는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은 과정들이었다. 결국 12월 9일, 추진단은 전당 건립공사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게 된다. 이병훈 단장은 이 자리에서 공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11월말부터 사실상 잠정 중단상태에 놓이게 된 것에 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추진단과 5.18 공대위는 계속 되는 대화 속에 전당 건립 공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계절이 지나고 새봄을 맞을 때면 긴 겨울잠을 자고 기지개를 편 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 공사가 다시 재개되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2009년 소의 해를 맞아 소처럼 성실히 부지런하게 차근차근,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 전당의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 세계 문화와의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