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광주MBC 공개홀 로비. 서로 다른 입장의 자료집이 책상에 쌓였다. 각각의 입장을 담은 장문의 글이 방청객들의 손에 쥐어졌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도청별관에 관한 시민대토론회>의 자료집이었다.
지난 2008년 6월 10일 아시아문화전당의 기공식이 있은 지 며칠 후 5.18 관련단체들이 별관 존치를 주장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계속 되는 대화 속에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장관면담에 이어 광주지역 방송 3사가 함께 하는 시민대토론회로 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날 생방송을 앞두고 공개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쌍방의 입장을 대표하고 있는 패널들이 각 자의 자리에 앉고, 객석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좌석이 없어 심지어 서서 토론회를 방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취업재수를 하고 있는 청년이오, 광주를 사랑하는 시민이요, 5.18때 자식을 잃은 부모요,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자요,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고 겪은 열사들이요, 미래를 기대하는 이들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관련분야 전문가들 등이 다 함께 모여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2시부터 시작된 토론회는 윤장현 한국YMCA 전국연맹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과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었던 정기용 기용건축 대표이사, 박홍근 전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이자 포유 건축사 사무소 대표, 이정우 광주 민예총 정책위원이자 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국장,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이자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김정동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이자 문화재위원회 위원,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이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이 참석하였다. 지명토론, 종합토론 중간중간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형식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약 50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석하여 공개홀을 뜨겁게 달구었다. 사회자의 제안으로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6명의 토론자는 각 자의 견해를 밝히고 종합토론에 앞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5.18 당시 고등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한 시민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에 관심이 많아서 공청회와 설명회에 다 다녔다며 서두에 밝혔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왜 지금 이러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그는 “수많은 공청회, 설명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미 사업 진행이 계속되던 문화전당 설립을 가로막는 것은 국가 예산 낭비다. 별관 철거 관련 사회적 합의에 대해 공대위는 결과 수용이라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도 찬성이라면서 “문화재 등록된 것은 별관은 제외되었다 전남도청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라도 별관은 오히려 철거되어야한다. 도청별관이 있는 그 장소에 문화전당 통로가 생김으로서 오히려 전 세계인에게 광주의 문화, 역사, 가치를 알릴 수 있다.”며 광주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입구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에 반해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주의 문화도시 설립은 단순한 예술 문화가 아닌 역사, 사회 등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문화 가치라며 철거는 안된다라는 분명한 의사를 밝히는 가 하면, “5.18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도청별관은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재산이며 별관 철거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고 강하게 주장한 시민도 있었다. “보존 논리를 내세우려면 문화전당 건축 설계 이전에 제안했어야한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오월 영령은 건물이 아닌 정신으로 보존, 계승해야하는 것이며 별관은 철거가 아닌 건립되는 것으로 인식해야할 것이다.”고 찬성 입장을 표명한 시민도 있었다. “도청별관은 민주화의 상징이다. 역사적인 항쟁 인권도시의 상징인 별관 철거는 절대 안된다”며 설계변경을 해서라도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한 시민도 있었다.
토론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의견을 밝히는 동안 객석에서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야유가 있기도 하고 찬성 입장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등 객석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마지막 종합토론을 통해 토론자들은 다시 한번 별관 철거냐 존치냐에 관한 서로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5.18 단체와 추진단의 입장 정리가 있었다.
윤광장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5.18 항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가장 빠른 시간에 올바른 자리로 자리 매기한 역사라며 추진단은 최소한의 역사의식 및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어야 하며 도청별관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역사의식이 없는 증거”라고 지적하며 도청별관 문제는 설계 변경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5.18 역사정신의 계승은 모두가 합의된 일이지만 계승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만 존재한다. 공청회 설명회 등을 통해 이루어진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의 결과와 절차를 간과하는 것은 안된다.”며 5.18의 상징성을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상징조형물 건립시 5.18 정신과 가치를 기념할 수 있는 내용을 상징 조형물설계경기지침에 반영 ▲바스티유 감옥 철거 사례처럼 도청별관에서 나온 주요 상징적 부재들을 5.18 기념공원·묘역 등에 진열 보존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부재를 활용한 아트 상품 제작 판매 사례처럼 도청별관 철거 후 부재를 아트상품으로 제작하여 5.18 정신을 전 세계에 전파 ▲ 5.18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도청본관(전당 내 민주평화기념관)에 축소모형 전시 ▲ 후세에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
사회자는 오월 당사자는 추진단도 공대위도 아니라며 진정한 당사자는 이 땅의 후손들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이번 토론회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