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으로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10월의 가을날, 지금 캠퍼스는 가을 축제의 분위기로 한창 들떠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축제 준비에 빠져있는 학생들이 가득한 중앙대학교 캠퍼스에서 2009년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창설 기념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한국 측 공동위원장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님을 만나보았다. 기자단에게 차를 권하면서도 다음 스케줄을 다시 확인할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범훈 공동위원장에게서 15년간 진행하고 있는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에 대한 포부와 기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직접 창단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한·중·일 삼국은 한자권의 문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일본으로 우리 음악이 전해지고 또 일본에서 우리 음악이 연주된 적이 있을 정도로 음악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어왔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공통적인 음악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형제들이 만나서 연주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1995년도 초 중국과 국교 수교도 채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에 저는 옷장사로 신분을 속이고(당시는 비즈니스 목적이 아니면 입국이 어려웠음) 중국을 드나들면서 중국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을 만났고 일본에서는 10년간 유학생활을 토대로 한·중·일 오케스트라를 꿈꾸어오다 결국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의 색과 특징이 서로 다른 한·중·일 3개국의 악기들을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15년을 함께 연주해온 지금은 오히려 한·중·일 연주자들이 자국의 음악보다 타국의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그 특징에 더욱 매력을 느끼며 타국의 악기를 자국의 연주자 이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

	시아는 이제야 말로 새로운 아시아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모두 한 곳에 함께 있어야 연습이 가능한데, 각기 다른 나라의 연주자들이 모여 구성된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과 관련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인 광주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상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 전 길게는 1주일 전 짧게는 3일 전에 모여서 연습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중일 오케스트라 아시아의 공연 때에도 장소의 제약으로 인하여 공연 전에 악보를 보내서 개인연습을 하도록 하는 방법뿐이어서 공연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예산상의 문제도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국제적인 오케스트라 운영에는 교통비, 숙식비, 공연장 대여비 등 많은 경비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티켓 판매 수익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러한 부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준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번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 정책적으로 모든 사항을 지원해 준다하여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동북아시아 쪽에서는 인도로부터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로 많은 음악문화들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음악문화를 받아 들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음악과 악기가 타문화로부터 받아들여졌다 하여도 오랜 세월동안 그 음악과 악기들은 각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여 재탄생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각국의 독특한 특징을 잘 살려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함께 연주하는 것은 새로운 아시아의 음악문화를 창출 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우리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시행한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며 또한 음악가로서도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또한 이런 음악적인 의미뿐만이 아니라 과거 갈등의 역사와 이데올로기 대립 등으로 끊어졌던 형제애, 공동의 문화 등을 음악을 통하여 다시 이어가고, 유럽에 EU가 형성된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비록 문화예술을 통하여서라도 서로 친근한 이웃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한-아세안 문화협력 프로젝트 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각국 대표들이 첫 공연의 곡은 조금 대중적인 것으로 고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안이 많은 이유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중적인 민요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이 대중화된 것은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 일본, 중국 정도일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첫 공연에서는 각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와 같이 다국적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오히려 민족음악의 정체성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위원장님의 생각은?
	이렇게 아시아의 서로 다른 국가의 악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연주를 한다는 것 자체에는 많은 관심을 나타내지만, 일부는 이러다 한국 민족음악의 정체성이 깨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오히려 한국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콘텐츠만으로 한류를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아시아 속에서 한류를 찾아야 그 생명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게 되겠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히 특정 국가 고유의 색을 담고 있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민족의 호응과 더불어서 세계무대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도에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 기념공연을 계획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을 일본악기와 중국악기로 연주했다는 것은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합니다. 그것보다는 아리랑이라는 한민족을 대표하는 민요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모든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롭게 재창조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체성을 살린 뜻있는 창조가 되는 것입니다. 첫 연주는 각 국의 악기들을 올려서 조금씩 한 나라의 전통음악을 연주하게 하여 각국 전통 악기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 후에 그 음악을 주제로 한 곡들을 만들어서 함께 연주함으로써 각국의 전통악기가 보여 합동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단계가 지난 뒤에는 공연하는 국가에서 가장 유명한 대중음악을 다시 편곡해서 연주하여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의 향후 과제와 앞으로 계획은?
	한·아세안 전통음악 오케스트라 창설이 처음에는 그 시도로 인하여 관심을 얻을 수 있었지만 결국 평가는 연주와 음악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과연 11개 나라들의 악기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하여 이것으로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어떻게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할 것인가가 우리 오케스트라의 향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항은 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모여서 심도 있게 논의를 거치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아세안 국가들의 작곡가들에게 각 국의 대표적인 민요의 악보를 3개씩 보내라고 요청한 상태이며, 음악이 포함되지 않는 국가는 노래를 만들거나 무용을 넣어서 기존의 오케스트라 형태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해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국가 간의 협의를 위해서 올 겨울에 제가 직접 10개 국가를 순회하면서 연주자와 작곡가들을 만나서 옛날에 아시아오케스트라를 창단할 때와 같은 구성협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