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은 브라스 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가 식전연주로 흥을 돋았다. 이어 이용우 상임부이사장의 개막선언,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의 전시개요 설명, 개막 퍼포먼스인 ‘지금 길위에서’가 펼쳐져 전시 출품작을 소개하는 화려한 영상 쇼를 벌였다.
화려한 작가진들의 참여가 이번 대회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케이 소피 라템 마이어 스위스 바텔 아트페어 감독 등 세계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 70여명과 뉴욕타임스, 르몽드, 아사히 등 초청언론 13개 유력외신과 1백 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해 열기를 반영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연례보고’. 이는 기존의 주제 지향적 전시 한계를 탈피하여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의 기회의도를 효과적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담아 관객과의 폭넓은 교감을 형성하기 위해 설정된 주제이다. 특정한 주제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관객과의 공감을 통해 쌍방향적인 축제의 현장을 만들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말 그대로 ‘연례보고’ 이다. 2년 주기 비엔날레 특성상 최근 1년 사이의 주요 전시와 미술현장, 사회문화의 흐름 및 이슈를 보고서처럼 한 자리에 구성하여 그 성과물을 같이 보고 즐기고 느끼자는 데 있다.
 이번 비엔날레를 기획한 알제리 출신 거장 오쿠이 엔위저 예술 총감독은 “2008 광주비엔날레는 주제가 없는 비엔날레로 격식이나 고정관념에 구애 받지 않고 관람객이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광주비엔날레가 추구하는 방향이 자유로운 상상임을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국제적 위상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 강조하였다.
개막식이 끝난 오후 7시부터 광주는 미술 축제도시로 변했다. 개막 축하 페스티벌로 시민 퍼레이드가 1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금남로 일대에서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형상화한 대규모 거리 퍼포먼스인 ‘봄’이 열렸다. 미국 뉴올리언스 현대미술센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클레어 탄코스의 지휘로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를 누비며 광주항쟁의 그날을 되새겼다. 시민 참여형 행사의 진수를 보여준 이번 포퍼먼스를 보며 김석형(23세, 광주시 화정동)씨는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항쟁이미지를 벗고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광주시민임이 자랑스럽다” 감격해 하였다.
창설 13년째를 맞아 아시아 최고의 미술축제로 자리 잡은 광주 비엔날레가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시도를 벌여 시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광주 대표적 재래시장인 대인 시장에서 진행 중인 “복덕방 프로젝트”는 압권이다. 복덕방의 개념인 매개를 통해 예술인과 관객을 매개한다는 착안이다.
대인시장은 도심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이다.
물적 거래가 빈번해 서민들의 정겨운 소통공간이면서도 역설적으로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변하는 아픔을 겪는 곳이다. 급속한 유통질서 변화로 인해 여느 재래시장처럼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인시장은 1950년대 이후 자연적으로 형성됐으며 광주의 재래시장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시장 안쪽의 먹자골목과 회센터는 전라도 인심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광주 먹거리 골목 중 하나다.
광주 비엔날레는 광주 대표적 소통공간인 대인시장을 현대 미술과 만나는 장소로 지목했다. 박성현 큐레이터는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논하고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의 활력을 되살리려고 한 것이다. 전시의 키포인트는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시장 상인과 일반 시민, 작가가 함께하는 정지된 공간을 활동하는 공간으로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인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과거와 현재 미래 모습으로 구성해 복덕방 같은 정겨운 모습으로 재창조 하고 있다.
대인 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광일상회. 여느 시장 점포나 다름없는 빈 점포였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로 이곳은 신윤호 작가를 비롯한 6명의 창작산실로 변포했다. 이 가게는 희락 집장촌(喜樂 集倉村)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간판 이름처럼 ‘즐거운 집단 창작촌’이라는 뜻이다. 한 층이 3평 남짓한 3층짜리 점포에서 미술인 5명이 작업공간을 꾸미고 설치작품을 완성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1층은 시장 점포 고유기능을 담당할 야시장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홍어나 고등어같은 물물교환이 이뤄진다. 2,3층은 미술작가의 작업공간으로 바뀌었다.
복과 덕이 넘친다는 복덕방 프로젝트에는 모두 5개 팀이 7곳에서 자각 10여 명이 상인들과 함께하며 고락을 나눴다. 시장 골목과 주차장 벽, 빈 점포셔터에는 상인들과 의견을 교환하여 그림을 그렸다. 특히 구현주 작가의 그라피티 작업은 벌써부터 세간에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가 힘차게 셔터를 들어올리는 모습에서 어렵지만 힘찬 비상을 꿈꾸게 한다. 시장 주차장 벽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해태타이거즈 시절 선동렬 선수의 모습도 그려 향수를 자극한다.
박문종의 홍어집도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시장 홍어거리에 옛 홍어 집을 얻어 남도의 대표적 서민 먹을거리인 홍어와 상인들이 삶의 애환을 그림과 설치, 영상으로 꾸몄다. 시장 상인들이 상품 홍어를 판다면 그는 상품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겠다는 의도다.
대부분 시장 상인들은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열정으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비엔날레에 참여해서 좋고 장사도 잘되면 일석이조 아니냐고 반겼다.
1995년 9월 20일에 시작한 제 1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 이념과 국가,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조감하면서 21세기 문화의 새로운 지표를 설정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97년에 열린 제2회 비엔날레의 주제는 ‘지구의 여백’. 동양권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로서 동양적 주제 의식과 세련된 전시구성으로 한국 미술문화의 깊이와 폭을 널리 알렸다. 2000년 열린 제2회에서는 ‘인+간’을 주제로, 격변기의 인간에 대한 성찰과 아시아의 정신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진시, 영상, 축제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행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002년 제4회는 ‘멈춤, PAUSE, 上’. 4개 프로젝트 ‘멈춤’, ‘저기 이산의 땅’, ‘집행유예’, ‘접속’ 전시를 비롯한 참여형 프로그램과 행사장 밖으로 확대된 공연 이벤트들로 참여 소통폭을 넓혔다. 2004년의 제5회는 ‘먼지 한톨 물한방울’로 동양적 사유의 담론을 안내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설정되었으며 생성과 소멸을 전제로 한 자연적 생명 현상과 질서의 생태학적 해석을 담고 있다. 2006년에 열린 제6회의 주제는 ‘열풍변주곡 Fever Variations'. 아시아의 변화 발전을 대변하는 상징적·현상적 장소로서 광주를 진원지로 삼아 전통과 새로운 정체성, 과거와 현재, 세계화의 지역성간의 충돌 속에 나타나는 역동적 에너지 및 아시아 문화와 현대미술문화와의 관계를 심화·확장시키면서 문화적 글로컬리즘을 성취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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