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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박웅·조세은·조유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명예기자단

‘지글지글 자글자글’ 찌개가 끓고 있다. ‘탁탁탁’ 나무 도마 위에 파를 쏭쏭 썰고, 두부를 깍둑썰기 하여 뚝배기에 넣는다. 뚝배기는 뜨겁게 달궈지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부엌을 맴돌아 방안을 가득 매우면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빨간 불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아궁이 위의 가마솥에 누룽지를 빡빡 긁으면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의 조바심은 커져만 간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한 어머니의 손길은 누룽지에 설탕을 뿌려 느긋하게 돌돌 만다. 엄마가 아이의 손에 한 줌 쥐어준다. 아이가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구수한 누룽지와 달콤한 향이 퍼진다. 아이에게 긁어준 뒤 가마솥에 남은 누룽지에 물을 넣고 뜨겁게 끓인다. 숭늉의 따뜻한 물이 한 모금 목을 넘어가면 몸을 따스하게 만든다. 저녁노을이 지고 어스름해지면 집집마다 퍼져 나오는 밥냄새, 반찬향이 침향마냥 마을을 맴돈다. 달콤새콤매콤시큼, 눈이 즐겁고 코가 향기로우며 입이 짜릿한 오감의 음식이 한 상 차려진다.

예로부터 부엌은 집안을 보호하는 곳이라 하여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불과 물을 다루는 부엌 신을 조왕신, 불의신, 부뚜막신 등의 이름으로 모시며 부엌을 청결히 하였다. 중국 샤오넨 춘절 축제에서는 섣달 23일 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또 일주일 전 옥황상제에게 그 집안의 잘 하고 못 함을 보고하러 갔던 부엌신이 섣달 그믐날 돌아온다 하여 부엌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갈하게 한다.
부엌은 인간의 인생과 문화를 보여준다. 이 지구를 몇 개의 주로 나누는 것과 몇 개의 국가로 나뉘는 것과 상관없이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로서 각 나라와 민족을 대표한다. 전 세계 대륙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에 있는 51개국의 국가들과 다양한 민족의 대표선수들인 것이다. 특히 음식은 가장 대표적인 문화로 거론된다. 그 음식, 즉 문화가 탄생되어 어울림의 향연을 이루는 곳, 그곳이 바로 부엌인 것이다.

8월 6일부터 27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부엌을 주제로 한 아시아생활문화사진전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후원하고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 주최하는 이번 '꿈꾸는 부엌-Flavor of Asia'는 아시아 부엌의 풍경들을 소재로 아시아의 삶과 문화의 이해를 돕고자 열린 사진전으로 국내외 19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김종훈 기획행정실장은 “아시아문화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아시아문화 이해 소개자료 개발 일환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며 “아시아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소재가 어떤 것인가 고민하다가 부엌이라는 것이 아시아 일상 보편적인 삶을 보여주는 공간,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식, 음식 과정을 통해서 그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들이 직접 아시아 곳곳의 부엌을 찾아가 소소한 일상의 현장을 촬영해온 사진들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 캄보디아, 몽골, 부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티벳 등 12개국의 삶과 공간, 아이들의 생기발랄하고 변화무쌍한 표정들이 담긴 290여점의 사진들이, 전시장에 유쾌한 부엌을 만들어 생기를 띠게 만들었다.

84개의 세션을 둘러본 한 관람객은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데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좋은 전시였다.”고 평을 했다. 같이 동석한 또 다른 관람객은 “전시를 보니 기본적으로 살의 터전이나 음식이라는 것이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담고 있어서 그 부분을 사진을 통해서 보게 되고 원래 알았던 것을 한 번 더 보고 또 더 새롭게 알게 되어 더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삶 자체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고 평을 하였다.
전시 외에도 사진작가와 만나는 시간을 통해 생생한 그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아시아의 시장, 사진, 그리고 삶살이’란 주제로 식재료가 있는 시장을 작품 무대로 선정한 박종우(51세, OnAsia소속) 사진작가는 시장은 박제된 느낌의 박물관들보다 오히려 더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부대행사로 문화소개, 음식체험, 공연관람 등을 즐길 수 있는 ‘아시아 문화의 날’ 행사 개회, 아시아 국가 전통의상을 전시해 두고 그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는 ‘아시아 국가 전통의상 사진 컨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종우, 성남훈, 한금선, 임종진, 박하선, 이용환, H.A.S. 퍼넨도, 림석린, 몸바나, 아르멘 아바키안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