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문화 아시아

글_선재규(문화체육관광부 교류협력과장), 사진_편집부

남도문화의 집결지인 광주는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하여 예로부터 예향의 도시로 통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정신적 자산이 있는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다. 이제, 광주는 이러한 역사의 자산을 발판으로 아시아 문화콘텐츠의 생산기지인 미래형 문화경제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광주의 꿈을 국가차원의 문화 프로젝트로 담았다. 이것이 바로 작년 10월 8일 발표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이다. 20년에 걸쳐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사상 최대이자 최초의 문화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광주를 아시아인의 생각과 생활방식 등 다양한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하는 문화도시로 육성할 것이다. 또한 50여개 아시아 국가와의 동반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광주를 아시아와 서구 간 소통의 장으로 조성하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문화의 메카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이 국책사업에는 아시아의 문화가 교류·창조·연구·교육·향유되는 문화콘텐츠 생산기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과 운영, 7대 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 예술진흥 및 문화와 관광산업 육성 등과 함께 문화교류도시로서의 역량과 위상 강화라는 4대 역점 사업이 추진된다. 이 중 문화교류도시로서 역량과 위상 강화 사업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시설 건립과 문화적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보다는, 주요 국제기구,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 국내외 문화예술단체 및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문화 주체들과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광주를 아시아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도시로 재생시키는 거대한 마스터플랜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서, 왜 우리는 국제 문화교류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오늘날 글로벌 사회의 변화와 문화적 재생을 통해 일류도시로 약진하고 있는 몇몇의 해외사례를 통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광주의 문화도시로의 육성과 국제적 문화 네트워킹과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여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웹2.0시대의 도래에 주목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앙의 대형 컴퓨터가 모든 업무과정을 통제·지휘하던 수준에서 시작한 정보화 사회는, 애플의 창시자인 ‘스티븐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시자인 ‘빌 게이츠’로 대변되는 퍼스널 컴퓨터(PC)의 상용으로 인해 사회의 패러다임이 전면 수정되고 있다. 즉,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개인들은 퍼스널 컴퓨터(PC)를 통해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자기 시스템을 구축하여 개인 대 개인(P2P)으로 소통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서부개척시대와 흡사한 모습으로 오늘날 캘리포니아 등지에 모여들고 있는 소위 디지털 천재들은 퍼스널 컴퓨터(PC)로 개발한 각자의 메모리를 웹(Web)의 망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면서 ‘구글(GOOGLE)’ 등의 사례에서 보듯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조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던 핵심 엘리트 위주의 경영방식이 통하던 웹1.0시대가 이제 그 막을 내리고, 수평적 네트워크와 개방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웹2.0시대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는 웹2.0시대의 사회 현상을 도시 창조성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의 리차드 플로리다 경제개발학 교수는 ‘창조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이라 정의하였다. 21세기의 신지식사회를 선도하고 있다는 창조계급은 과학자, 기술자,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 음악가와 그 밖에 창조성을 중요한 업무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 창조계급은 복장과 공간, 시간의 억압과 속박에 저항하고 ‘자유와 개성’을 주요한 삶의 조건으로 간주하면서, 고액의 보수보다는 삶의 질에 더 주요한 가치를 두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우리가 이들에게 주목할 것은 문화예술의 소비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현상이다.

오늘날 이들은 미국 텍사스주(州)의 수도 오스틴(Austin)과 뉴욕(New York) 그리고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Dublin) 등의 도시로 향하고 있다. 먼저, 창조계급의 첨병인 젊은 IT인력들을 사로잡고 있는 오스틴(Austin)의 매력은, 천혜의 기후와 자연조건 외에도 도심에 전 세계 1만여 음악밴드가 참가 신청하며 도심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는 ‘싸우스바이싸우스웨스트 뮤직페스티벌(SXSF: South by Southwest Music Festival)’의 개최지라는 음악도시로서의 명성에 있다. 또한 90년대까지도 범죄의 온상으로 사람들이 떠나가던 뉴욕(New York)은 줄리아드 예술대학과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전시회, 거리공연 등을 통해 문화예술을 지망하는 창조계급들의 정신적 수도로 거듭났다. 이 밖에 20년 전까지도 심각한 실업과 경제 불황에 시달렸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은, 문화거리 형성과 문화적 자산의 활용이라는 문화정책을 통해 창조계급을 매혹함으로써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의 다국적 핵심두뇌들을 도시로 끌어당기고 있다.

유목적 특성을 갖는 웹2.0시대의 창조계급에게는 국경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패권적 의미의 중앙집권적 사회 행동원리가 아닌 네트워킹과 협업을 통한 집단지성의 창출이 핵심 가치가 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있어서 국제 문화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은 이런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갖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결국, 이들 창조계급인 문화에이전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고, 이를 제도화함으로써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여기서, 국제 문화교류를 통한 네트워킹은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지구의 창조계급들이 광주에서 한데 어울리며 소통하고 교육·연구·창조를 통해 삶을 향유하도록 함으로써 그네들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최신판의 매뉴얼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5년차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시행단계에 들어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또한 국제 문화교류에 대한 그 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그 현황과 전망에 대하여 광주와 공유해야 할 지점에 도달하였다. 2004년부터 추진되어 온 동 사업은 지난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와 관련한 문화담론 조성과 아시아의 문화예술인·문화행정전문가·학자 등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여 왔으며, 작년 10월 조성사업 종합계획의 대국민 보고회를 기점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한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올해 실용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문화외교역량 강화에 기여하고자, 아시아 지역의 문화도시 및 시설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역량을 집결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하 추진단)의 2008년도 국제 문화교류를 위한 사업은 크게는 ‘아시아 각국과의 교류협력 사업’, ‘유네스코(UNESCO) 등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 사업’, ‘인적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으로 분류해 볼 수가 있다.

첫째, ‘아시아 각국과의 교류협력 사업’에는 한국과 아시아 국가간 다양한 문화예술 협의체의 공동창설, 주한 아시아 외국공관과의 협력사업 발굴, 광주광역시와 아시아 문화도시 간 친구도시 결연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둘째,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 사업’을 위해 추진단은 금년 6월「제2차 유네스코 아시아청소년포럼(UNESCO Asia Youth Forum)」 및 7월 유네스코(UNESCO) 본부의 마쓰우라 고이치로 사무총장이 방문예정인「2008년 유네스코 동아시아 어린이 공연예술제(UNESCO Children's Performing Arts Festival of East Asia)」등 유네스코(UNESCO) 사업의 광주 개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2010년 예정된「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UNESCO World Conference on Arts Education)」의 광주광역시 유치를 위한 지원과 광주광역시의 유네스코 창조도시 인증 추진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실상부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UNESCO) 등 국제기구 주최의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유치·개최하는 일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는 해외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하여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소개하고, 세계적 유수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해외 문화예술전문인 방문프로그램의 운영과, 대도시의 문화적 재생과 문화도시 연대방안에 대하여 국내외 전문가들과 일반인들 간 논의의 장이 될「문화도시 국제컨퍼런스(2008.5.16 예정)」 및 아시아 문화담론을 형성하기 위한「2008년 아시아 문화포럼(10월 말 예정)」의 개최를 준비 중에 있다.

이 밖에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13개국에서 선발된 21명의 국내외 세계문화도시 통신원들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정책 및 문화도시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바, 향후에는 동 제도를 더욱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진전시회 및 아시아 문화저널 발간 등 아시아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을 기획 중에 있다. 또한 해외의 문화도시·문화예술기관·문화예술인 등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관리 및 영문 뉴스레터 배포 등을 통해 국제교류를 위한 네트워크의 기반을 꾸준히 구축해 가고 있다.

오늘날 국가정책으로 이상과 같은 국제 문화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비단 전술한 창조계급의 부상이라는 흐름에 편승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조선 영·정조시대에 사랑방 문화에서 꽃핀 대표적 문화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암 박지원 등이 활동한 ‘백탑파’의 활동은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가 있다.
백탑파의 활동방식을 보면, 명리를 떠나 무리지어 동고동락하는 소속감의 ‘통(通)’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5대 작동원리 중 ‘교류’와, 문화예술비평과 창작을 병행하는 종합창작공간의 ‘작(作)’은 ‘창조·연구’와, 기탄없는 결속을 통해 이루어진 문화예술 활동의 ‘육(育)’은 ‘교육’과 그 괘를 같이한다. 그리고 여기서 표출되는 사랑마당으로서의 ‘장(場)’은 ‘향유’와 들어맞는다. 「열하일기」등 저서를 보면, 연암그룹이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또 변화하는 세상에 기민하게 반응함으로써 개성적 사고를 존중하는 동시에 예술 활동의 질적 향상을 공동으로 도모했던 정신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아주 흡사한 닮은꼴이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마음을 열고 네트워크를 통한 문화교류를 지향했던 내부적 토대를 기반으로, 남도의 많은 절들이 불교가 태동한 인도의 스님들에 의해 건축되었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고분벽화 속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고구려의 춤사위와 유사한 춤이 인도에서 전통춤으로 계승되고 있고, 인도 남부의 드라비다족이 오늘날도 즐겨 연주하는 ‘다마로’라는 악기가 고구려의 악기 ‘요고’와 닮아있으며 그 박자가 우리네 굿거리장단과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 등은, 먼 과거에서부터 우리가 서역 즉 외부와도 활발한 문화교류를 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 우리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 문화교류는 과거 왕성했던 문화의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과정이고, 이 속에서 아시아인의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사명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지금 광주는 소박하면서도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바람처럼 빠르게 도는 인도의 카탁춤과 느림의 미학인 우리의 살풀이춤과의 만남, 몽고와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인 허미와 판소리의 교감, 가야금과 중국의 비파와 얼후 그리고 일본의 샤미센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선율 등. 2012년 5월, 옛 전남도청 부지에서 우리에게 그 화려한 위용을 자랑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 모든 아시아의 꿈을 담는 어머니의 배가 될 것이다. 여기서 태동하게 될 30억 아시아인의 꿈은, 세계의 문화공동체 안에서 그 꽃을 활짝 피우며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만방에 전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