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쓰지만 쉽게 하나의 만질 수도 보여질 수도 맡을 수도 없는 단지‘말’이라, 개념으로 설명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랑, 사상, 취향, 그리고 ‘문화’처럼. 그래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나‘문화도시’, ‘ 문화허브’같은 단어를 듣는 사람들은 도시 전체가 문화적인 시설로 휩싸인 곳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점은 ‘문화’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다.
사회문화, 문화예술, 생활문화, 언어문화, 대중문화, 청년문화, 관광문화…. 세상 모든 곳이 문화로 시작해서 문화로 끝나는데,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보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풍습·종교·학문·예술·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 한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그 밑을 보면 “학문을 통하여 사람들의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이라는 뜻도 덧붙여 두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하 문화중심도시)는 이 ‘문화의 정의’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 문화가 삶에서 구현되고, 문화로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쌓여갈 곳이다. 그렇다면 ‘문화중심도시’는 어떤 도시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사업의 청사진이 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문화중심도시가 지향하는 것은 ‘평화와 상생의 문화도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화는 산업의 차원이 아닌 국가발전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핵심전략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20세기의 세계가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재편되었다면, 21세기는 문화가 지닌 연성적 힘이 국가경쟁력이자 세계를 움직이는 한 축이 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 각지에서 문화도시 프로젝트나 문화재생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그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문화중심도시는 아시아의 문화를 토대로 국제적 연대망을 형성하는 아시아 문화교류의 허브인 도시다. 문화의 교류 뿐만 아니라 평화와 상생을 추구하는, 압축성장이 가져온 부정적인 유산을 제고하는 동시에 문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 그 자체인’ 도시다.
그런 문화중심도시가 자리할 곳은 전라남도 광주다. 왜 광주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있어왔지만 다시 한번 설명하면 예술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예향인 동시에 남도의 문화와 감수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보여준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인권·평화의 도시기도 하다. 이런 문화적, 정신적, 역사적 경험과 정신적 DNA를 갖춘 광주가 아시아 문화교류의 허브로 거듭남으로서, 문화적·정신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도시 발전모델 제시도 가능할 것이다.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구성요소는 실로 다양하다. 건축물이나 도로, 기반 시설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와 역사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책목표를 ‘아시아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연구·교육의 장’이 되는 도시,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상생하는 장’, ‘ 문화가 지역경제의 성장엔진이 되는 도시’로 정했으며, 이를 통해 ‘평화예술도시·문화교류도시·미래형문화경제도시’를 추구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이런 가치 체계를 바탕으로 문화중심도시를 구동하는 원리는, 아시아문화전당과 7대 문화권의 상호교류에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에서 7개문화권으로 향하는 콘텐츠의 흐름을 통해 창조와 교육, 연구, 교류 등이 활성화되는 구조다.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기획된 문화와 각 지역의 자생적 문화들이 이 순환구조를 통해서 교류하고 상승하여 도시 전체의 문화적 자생력을 키우게 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자연스런 문화향유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산하고 있으며, 중앙부처는 물론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와 모든 지역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문화적인 여러 혜택을 누리고 참여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형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구조가 갖춰지면 아시아 각국과 연결하고 세계 문화도시와 교류 협력하는 구조 역시 갖춰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적인 측면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조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이제까지의 추진된 조성사업의 경과를 살펴보면, 2003년 11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계획의 대통령 보고가 있었으며, 2004년 3월에 대통령 소속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발족과 더불어 추진기획단(현 추진단)이 문화관광부에 함께 발족되었다. 그리고 전당에 대한 기본계획안이 2004년 4월에 수립되었고, 전당 건립의 예정 부지가 전남도청 일원지역에 확정되었다.
이듬해인 2005년 11월에는 예비종합계획 수립 및 발표, 2005년 12월에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착공식을 했다. 그리고 2006년 9월에는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올해 3월부터 이 특별법이 시행되어 그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으며, 서울과 광주에서의 2번의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8일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하고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러나 조성사업은 아직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갈 길은 더 멀다. 조성사업의 기간은 2023년까지 총 20년간의 장기프로젝트고, 잠정적으로 총투자소요는5조3천억 원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이 투자소요는 앞으로 종합계획 및 광주시의 연차별 실시계획, 조성사업 등의 추진 상황을 감안해 변경될 전망이다.
조성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1)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건립과 운영 2) 문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 3)기초예술의 진흥과 문화관광산업 육성 4)문화교류도시로서의 역량과 위상 강화 등 이다.




전당은 국제설계공모 절차를 거쳐 재미건축가로 잘 알려진 우규승의 작품이 당선됐다. 설계 주제를 ‘빛의 숲’으로 한 이 작품은 부지면적 128,621㎡에 연면적 178,199㎡고, 총사업비 규모는 7,984억원으로2012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2010년 완공이었지만 절대공기가 50개월에다 문화재 발굴의 요인들이 추가되어 일정을 조정하게 된 것이다.
우규승의 당선작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가치를 ‘빛의 숲’이라는 주제로 조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통과 열림을 안배한 구조에 도시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빛의 도시인 광주의 정신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한 점이 돋보이며, 디지털기술과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통하여 유비쿼터스 환경을 조성한 것이 설계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문화의 교류와 창조, 연구, 교육, 향유의 복합공간으로서 기능하며 문화발전소로서의 역할을 맡게 될 전당도 일반적인 문화공간과는 달리 문화콘텐츠의 창조활동을 통해 생산·유통·마케팅은 물론 아시아 문화권의 교류를 통해 문화를 통한 고부가 가치를 창조하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은 2005년 12월 착공식을 한 뒤에 기본 및 실시설계가 끝나고2007년 12월에 공사를 발주한 상태다.
전당의 시설은 크게 1) 민주평화교류원 2) 아시아문화(정보)원 3) 문화창조원 4) 아시아예술극장 5) 어린이지식문화원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시설의 명칭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를 염두에 둔 시설인만큼 전문가와 관련 문화예술계 및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명칭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한글표기가 되도록 수정 중인 상태기도 하다.




기초예술 진흥은 예향으로서의 예술적인 감수성을 더깊게 더넓게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전통과 지역의 역량을 바탕으로 예술인을 위한 창작여건의 조성 및 기초예술의 전문인력양성, 그리고 공연예술을 활성화하는 기반을 만들어나간다. 또한 문학·미술·건축 등 특정 장르의 브랜드화를 적극 지원하는 여러 형태의 사업추진에 역점을 두며, 광주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산업의 육성을 진행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유치를 더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고,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창작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기획창작 등 통합적 역량을 갖춘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아시아 각국의 콘텐츠 제작과 전문 인력은 물론 기술을 상호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마케팅을 통해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 것이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육성기반이 마련된다면 기초예술 진흥과 관광정책과 함께 연계해서 고용을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를 도모하고, 아시아 문화자원을 고부가가치로 창출할 수 있는 메카가 형성시켜 미래형 문화경제도시로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지역관광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지역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자원을 잘 활용해서 문화관광자원으로 발굴하고, 전당과 문화지구를 연계해서 다양한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관광 인프라도 확충 해 나갈 계획이다. 담양, 화순, 나주를 비롯한 여러 인접지 자체를 연계시켜 관광벨트화하는 시너지전략에, 광주특성을 고려해서 선택과 집중에 의한 고유브랜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아시아국가 간의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 특유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다각적이고 상시적인 교류를 통해서 창출해 나갈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범아시아의 문화인력풀과 네트워크를 갖추어서 교류시스템을 갖추는 등 인적·물적 정보시스템을 강화해 효율적인 교류와 소통을 위한 아시아문화의 교류전략을 수립하고, 이와 더불어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시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전반에 걸쳐서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광범위하게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기업,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도 시거버넌스를 구현하고, 기초 단위의 시민문화공동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민주체의 문화도시조성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고 참여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총체적인 문화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있다. 아울러 도시마케팅을 통해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도시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또한 통합이미지를 구축하며 다각적인 국내외 문화도시와 연계하여 홍보와 협력도 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문화중심도시 조성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성격상 단기효과와 장기효과로 나눠서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전남도청이 전후구도심지역은 상당히 침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게 되면 도심경제가 부활과도 심문화 거점 네트워크와 물적 인프라가 계속해서 조성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리고 아시아문화예술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기반이 마련된 뒤에다가 올 장기적인 기대효과는, 문화를 통해서 국가경제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문화경제의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아시아 국가들과의 조화와 협력을 통한 상생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당공사와 병행하여 국내외 홍보협력부분에서 한층 더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광주에서 아시아를 품으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또한 국제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해외문화원·유네스코·UN·WTO 등을 통한 국제홍보를 강화해 명실상부한 문화중심도시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시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