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로써 오랜 역사를 두고 교류를 지속해왔습니다. 이런 교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은 1972년에 설립되어 '문화예술교류', '해외의 일본어교육', 그리고 '일본연구와 지적교류' 세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설립과 운영 목적은, 국제 문화교류사업을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이해와 국제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문화뿐만 아니라 기타 분야에서 세계에 공헌함과 동시에 더 좋은 국제환경 조성에 일조하여, 조화로운 대외관계를 유지ㆍ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현재 도쿄에 본부와 교토지부, 부속기관 (일본어국제센터, 간사이국제센터), 그리고 해외 18개국에 19개의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운영은 정부 출자금의 운용수입과 매해 정부에서 받는 교부금 및 민간 기부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국제기금의 19번째 해외사무소인 서울문화센터는 이들 사업을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2001년에 설립하였고, 저는 3대째 소장으로서 2006년 5월 1일에 부임하였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문화센터는 일본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자료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어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 사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조사ㆍ연구도 이뤄지는 곳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서 일본문화와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주한일본대사관 부산총영사관과, 제주총영사관에서도 일본 문화나 저희 기금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노력을 보다 확장시켜 광주ㆍ전라남북도 지역에 특별위원을 선임하여 다양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접하실 수 있도록 체제도 정비한 바 있습니다.

제가 한국과 맺어온 인연을 생각해보면 개인의 역사에서도 의미가 크고, 꽤 긴 세월이었습니다. 30여 년 가까운 시간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인 그리고 일본문화와 일본인 문화적 차이와 국민성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의 첫 만남은 1979년 7월에 이뤄졌는데,'마루베니상사' 서울 지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그 계기였습니다. 그때 한국은 격동기였습니다. 1979년 가을 10·26이 일어났고 그 얼마 뒤에 12·12와 이듬해인 1980년 광주사태를 모두 경험하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광주라는 곳은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 모두에서 깊이 각인된 곳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난 뒤 10여 년 정도 한국과는 관계가 없다가 1995년 다시 서울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얼마 뒤에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을 했고, 1997년 10월에 IMF 관리시대가 도래했고,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도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두 번 일어났던 시기를 모두 한국에서 겪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마이너스 성장은 1980년이었고, 두 번째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격동의 시기였고 역사적인 순간이었겠지만, 저 역시 그런 상황을 같이 겪으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내밀한 부분까지 어느 정도는 경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1999년에는 제트로(JETRO, 일본무역진흥회)서울센터의 투자고문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문화교류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해볼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이 시기에 광주에서 [제3회한일교류축제]를 열게 되었는데, 산업관계의 교류였지만 그 산업을 가능케 하는 문화적인 배경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 역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전통북 공연을 소개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04년 도쿄에서 일하면서 같은 건물에 있는 코트라(KOTRA,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도쿄무역관 직원들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함께 일했던 한국인 동료 중 한 분이 종로타워에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2006년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소장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한국과의 네 번째 만남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자마자 한 달 뒤에 광주의 특별위원을 두게 되었는데, 이 특별위원은 일본 관련 문화를 알려주는 특파원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과 부산, 제주 지역에는 , 일본 공관이 있어 일본문화를 접하기 쉽지만, 광주,전라도 지역은 이들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문화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판단아래 특별위원을 두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광주의 문화적 자산과 예향으로서의 면모를 경험할 기회는 비교적 자주 있었습니다. 게다가 광주에서는 광주국제영화제라든가 광주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처럼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열어왔고, 이를 접할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든가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문화 역시 크게 각인된 문화적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는 이러한 한국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한일문화교류5개년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 계획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고 2010년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일본과 한국의 문화전문가 및 중견지도자의 교류, 시민차원에서의 교류, 지방교류사업, 일본연구와 일본어 교육자 지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류네트웍을 보다 확충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배경은, 이미 교류는 활발하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까닭입니다.
교류의 층위나 종류를 나눠본다면 문화가 있고, 경제가 있고, 정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일 중요한 교류는 문화고, 세계적 추세를 봐도 소프트파워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문화교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인간의 오감을 위한 활동, 예를 들면 시각을 위한 미술, 맛을 보는 음식 같은 것 모두, 그리고 생활 그 자체가 문화기 때문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역사 그 자체가 문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문화재생프로그램과 문화를 테마로 한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고, 관심을 끌면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문화를 '중심'에 두는 도시라고 해도 그 문화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정적인 문화도 있고 역동적인 문화도 있는 것처럼 문화는 그 개념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고,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문화교류'는 바로 여기서 출발하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이렇게 문화를 중심에 놓는 교류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이 문화의 차이, 국민성의 차이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어우러지는 노력을 만들어내고, 문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합니다.
따라서 문화교류는 현재의 노력인 동시에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계화는 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 역시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모색해야 할 것은 지금의 어른들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책임과 역할일 것입니다. 바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10대인 청소년들이 30대가 되면 사회를 이끌어가는 허리인 동시에 다시 다음 세대를 이끄는 부모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렇게 다시 미래를 만들어갈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함께 나누고 누릴 문화는 어떤 것이 될 것인지, 그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나가야 하는지 하는 고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조성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역시 '미래'라는 키워드를 놓고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사업은 2023년 완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때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5년 뒤 광주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30년 뒤 광주에서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런 노력은 정책과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넓게 확산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광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예향입니다. 판소리나 남종화 같은 전통문화가 자산인 곳이고,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문화, 현대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광주국제영화제나 김치축제, 광주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처럼 국제적이고 문화적인 행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광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확충입니다. 전시관이나 미술관 박물관 같은 시설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채우고 운용할 콘텐츠를 갖추는 것도 시설 못잖게, 아니 그 이상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예향으로서 광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자산은 물론 광주가 미래에도 예향일 수 있도록 이끌고 갈 콘텐츠와 인력 확보를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다른 또 하나는 앞서 언급한 하드웨어의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15년 뒤에, 20년 뒤에, 30년 뒤에 아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도시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조성사업이 대표적이지만, 제가 말씀드린 '확충'은 그런 시설을 방문할 수 있게 만드는 서울-광주, 광주-부산을 연결시켜주는 보다 다양한 접근채널의 확보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광주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에 비해 광주를 찾아가기는 서울이나 부산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렇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아가고 체재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한류' 같은 매력 요소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많은 아시아인들이 한국을 찾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한류 때문이었던 것처럼, 무엇보다 광주를 찾아가야 하는 기회와 이유가 될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유인효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노력 역시 문화교류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인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광주라는 도시를 브랜드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와 이미지를 담아내고 알릴 것인가, 하는 고민을 거쳐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광주를 최대한 알리는 것. 그 과정이 현재로서 절실합니다. 끝으로 광주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싶습니다. 광주의 전통건축물과 판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무형문화재들은 현재까지는 존재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래를 향한 투자 중 일부는 과거를 온전히 그리고 창조적으로 보존하는 데 쓰여야 하고 그 가치는 투자한 시간과 비용보다 더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통적 자산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콘텐츠가 공존하는 도시라면, 누구나 광주를 찾아올 것입니다. 세계 사람들이 모이면 그 자체로 문화가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고, 광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