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문화 아시아

글_편집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통역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스러웠는데, 전화 통화를 하고 한국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탁월하신데요, 한국을 알게 되신 동기와 문화원장이 되신 계기 등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온 것은 올해도 11년째로, 서울대에 유학을 오게 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공학도였고, 학부를 졸업한 뒤에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첫 전공과는 달리 NGO 분야를 전공했는데, 당시 제가 관심을 두고 나중에는 논문 주제로 선택한 것이 'NGO에서의 인사조직'이었습니다. 이런 관심과 한국에서의 경험들 덕분에 이스탄불문화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터키는 우호적인 나라로 인지되어 있고, 문화유산이 풍부하다는 점 역시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이스탄불문화원의 역할과 활동 등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스탄불문화원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터키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자, 보기 드물게 민간문화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문화원은 한국과 터키의 문화이해를 상호 증진을 위해서 지난 1998년에 설립되었으며, 터키어 강좌는 물론 터키요리와 전통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터키어 통번역서비스·경제교류서비스·배낭여행 안내 등의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스탄불문화원은 강의실을 비롯해 터키 관련도서 700여 권이 소장된 도서관과 소규모 박물관 역할을 담당하는 전시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경우 터키의 사회·문화·경제 서적은 물론 최근호 잡지와 신문·영상자료 등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강의실에서는 터키어 강좌와 터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강의가 열리며, 최근에는 터키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러시아어·중앙아시아어 강좌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시실은 터키의 접시와 꽃병·술병 같은 생활필수품으로부터 각종 예술품까지 수백 점을 전시 중이며,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원이거나 신분이 확실하면 일주일간 대여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한편, 터키 요리강좌와 터키식 티파티를 열어서 생활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제와 협력해서 터키 민속음악전시회·여행사진공모전·터키 카펫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는 민간문화원이기 때문에, 운영위원회를 통해 운영된다는 점이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원이라고 하면 공공 혹은 국가적인 기관 중 일부로 운영되기 마련이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민간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으로 운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어느 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려면, 예를 들면 한국의 지자체와 터키의 어느 지방의 결연과 관련된 문화행사나 전시 같은 것이 있다고 합시다. 대부분의 문화원은 본국에 이를 알리고 관련 내용을 검토 받은 후에 실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보고-본국 승인-예산-집행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니, 조직적인 움직이나 대응에 있어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고 예산 역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저희 같은 경우에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에 이를 대사관에 보고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한국 상황에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식문화원이 아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메리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터키문화를 소개하는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그리고 이스탄불문화원장의 관점에서 양국의 문화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이나 방향성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전시나 문화축제가 될 수도 있고, 문화체험을 포함한 강좌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획과 활동은 '대중적인 홍보'보다는 적극적인 '문화홍보'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나의 문화가 대중적으로 홍보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집중도나 효과가 기대보다 낮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 2006년 서울시와 앙카라의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앙카라의 날' 행사를 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터키의 유명가수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모인 인파는 2천 명이 채 되질 않았고 호응도 크지 않았습니다. 자국에서만 유명하지 알아주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는 생각을 그때 새삼 해봤습니다. 저희가 홍보하는 대상은 많은 다수, 그러니까 '대중'이 아니라 터키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관심을 둘 만한 관련 연구자나 지식인 그리고 관련 전공자들입니다. 여기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포함시켰는데요, 문화교류의 측면에서 이들에게 터키의 문화를 알리는 일 역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런 분류에 따라 행사나 강좌 등을 기획하거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초등학교에 터키문화를 알리는 파견교사를 보내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120여 개교에서 이들 교사들이 활동 중입니다.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한국의 대학생들을 터키에 보내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프로그램 모두가 대상자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와 경험을 적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목적지향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그리고 대중적이기도 하고, 지자체와의 협력하면서 가장 많이 펼치는 행사 중 하나가 전시회입니다. 저희가 주관하거나 협조해서 이뤄지는 전시 대부분은 터키의 문화, 그 중에서도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이 많습니다. 여기서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부분은 '보고 가는 전시'가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되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진전을 열 경우,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들이 단체관람을 오게 됩니다. 그러면 터키에 대한 강의를 하고, 터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만화나 터키어린이가 좋아하는 동화책 등을 읽어주거나 보여주는 체험프로그램을 연계시킵니다. 그런 다음 마지막 과정으로 '내가 느끼는 터키'를 그리는 기회를 갖습니다. 저희 전시실에 있는 아동미술작품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공모전을 통해 수상을 하기도 하고, 수상작들은 터키로 보내서 다시 전시를 열고 한국과 터키의 어린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해서 서로 접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 역시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저희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아시아문화의 교류가 이뤄지고 아시아문화가 중심이 되는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이스탄불문화원장으로서, 그리고 양국의 문화교류에 힘쓰는 입장에서 기대하거나 원하시는 것을 말씀해주신다면.
	터키 속담에 "자기만 결혼식을 올리고 자기만 참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관련 세미나나 포럼에 두어 번 참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관주도라기보다는 시민단체 성격이 강한 곳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사들까지였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행사들이 열리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통영에 있는 한 사설 미술관에서는 한 해 동안 어떤 전시가 열리고 어느 작가를 소개할 것인지를 알리는 팸플릿을 해마다 보내옵니다. 이런 책자를 받으면 아무래도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고, 기회가 생기거나 필요가 생길 때 서로 협조를 하고, 자료나 정보를 제공하거나 더 크게는 전시 등을 공동으로 주최할 수도 있게 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 역시 문화원과 대사관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다져가는 중이고, 이제 시작 단계라 아직은 완벽할 수 없겠지만 이런 사례처럼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예정되어 있고, 2008년에는 무슨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알리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정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그 행사에 이러이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제안을 받거나, 자국에 이런 사업과 프로그램을 알리고 싶으니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식으로 생동감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앞으로 더 큰 네트워크와 협력제체를 구축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