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질문은 같습니다. 아시아에 대해서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시아 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강대국들에게 할 수 없이 재편성 당하면서, 19세기 서구가 일방적으로 자기네 시장판도에 우리를 편입시키면서 수동적으로 서구의 방식으로 근대화를 당한 것과는 달리, 어떻게 문명의 대안을 우리 식으로 형성시킬까 하는 것이 아시아 지식인들의 고민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서구에 대척하는, 저항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서구의 모순을 바라보고 이를 넘어서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서구가 20세기 초반에 상정했던 유토피아에 대한 모든 우상들은 환멸로 바꿨고 생태계는 무참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20세기 초반의 기획들은 새로운 세기가 되면 상상력이 높아지고 과학이 발전해서 이상적인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평등한 분배와 도덕적인 균형을 갖춘 낙원이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토피아의 우상 역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환멸로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시아는 어떻습니까? 중국만 해도 사회주의면서 자본주의적인 사회 실험적인 국가입니다. 베트남 역시 그렇고, 한국은 분단되어 있고, 일본은 구시대의 질서인 천황제를 유지하는 중이고, 미얀마는 얼마 전 민주화 운동이 좌절되었습니다. 아시아의 각 나라들은 여전히 민주화 내지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아시아아프리카 작가대회에 집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활동했는데, 냉전체제 와해 이후로 지금까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만 1200만 명 정도가 살상되었고, 난민 발생은 거의 1억 명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현실에 처한 우리가 너무 서구 중심적으로 아시아를 다시 보고 있지 않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내면에 있어서 그렇지 아시아가 결코 그렇게 평화로운 곳은 아닙니다. 아시아는 너그럽게 우리 다 같이 모여서 평화를 구가하고 근사한 잔치를 벌이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광주가 민주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도시로 있다면, 우리는 광주에서 대 봉기가 일어나기 전에 문화운동을 했던 방식으로 아시아 민중들과 직접 대면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아시아인들에 대하여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들어온 이들은 100만 여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민주화나 인권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차별과 외로움 그리고 저임금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또 농촌의 경우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성인 이주혼인의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정한 나라의 여성들이 들어와서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아시아인에 대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문화를 일궈내야 합니다.
 문화적 공동체화한다는 것은 한류와 다릅니다. 한류를 보세요. 우리가 자본주의 근대화 조금 일찍 해가지고 미국 대중문화를 좀더 일찍 흉내 내서 우리 식으로, 아시아식으로 좋게 만드는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에 서구 문화를 우리에게 줄 때도 그랬습니다. 서구 문화를 들여와서 그들의 이름으로 바꿔서 아시아인에게 그럴듯하게 만들어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개화문화라는 것이 거의 일본의 필터링을 거친 것입니다. 이를 테면 돈까스나 오므라이스처럼 말이죠. 한류란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먼저 시작해서 아시아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시킨 현대 오락문화, 대중문화가 한류입니다. 이게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기지만, 정말로 진정한 각 나라의 시민문화가 서로 교류되어야 하겠습니다.
앞서 발표하신 나카지마 선생님이 정체성의 다양함, 각 지역의 정체성의 필요함 유엔의 정신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큰 방향에서는 동의를 하는 동시에 유엔이 바라는 보편주의에도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적인 보편성이라고 할 때, 자기기만들이 있습니다. 결국은 큰 나라가 주장하는 보편성이 보편성으로 된다는 것이죠. 문학에서도 보편성에 대해 따지는데요, 유럽이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근대를 겪고 부르주아가 시민혁명을 이끌어내면서 인권, 휴머니티 같은 개념들을 성립시킵니다. 말하자면 유럽 내부의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테가 당시에 세계 문학이라고 해서 물론 유럽의 문학이었죠, 그 이후의 유럽은 아시아나 아프리카로 올 때 이 보편성을 앞에다 들고 왔습니다. 세계적인 보편성에 들지 못하면 자기 존재가 상실되고, 보편성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체성이 상실되는 이중적인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편성이라는 것은 힘이 세고, 물질이 더 많은 한쪽이 정하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명화시키고 개화시킨다는 식으로 주변국의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보편성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온 사회가 영어교육에 난리입니다. 국어나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영어교육 열풍에 빠져 있습니다. 지구상에 멸종되는 동식물이 많은 것처럼 전 세계에는 사라지는 언어들도 많습니다. 언어가 사라지면 문화적 다양성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중시하면서,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답게 이런 기획 아래서 아시아의 민중들과 접촉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은 문화연대, 문화연합 이런 쪽으로 가면서 아시아 공통체를 지향하며 결국은 경제 공통체로 가겠다는 생각들인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라고 할 때 자기기만들이 다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회의를 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온 작가가‘당신들이 아시아라고 하면, 한중일 세 나라만 얘기하는 것 아니냐, 당신들이 제일 잘 사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을 합니다. 대다수의 아시아인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저는 광주에 20년 만에 와서 아시아를 생각하고 아시아의 장래와 평화와 문화를 생각하는 광주시민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끼고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관주도로 이뤄지는 국가의 프로젝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만한 나라가 됐으니까 문화팽창주의 비슷하게 나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올바른 네트워크를 이뤄갈 것인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시아문화를 상호 교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반성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확인시켜주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기억을 되돌려 보세요.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까? 야학프로그램, 연구프로그램, 노동자프로그램 등등…. 우리가 유럽의 시민단체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지원을 받았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 과거를 잊지 말고 우리도 그런 지원들을 구체적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아시아와 우리가 만나는 방법, 이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부터 다시 한번 고민해볼 차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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