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북부의 일로코스 쉬르에 위치한 비판(Vigan) 마을은 스페인의 대표적 식민 건축양식을 간직한 곳이다. 이 마을의 건축물들은 필리핀과 중국, 유럽 등 외부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모여서 동양과 동남아시아의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독창적인 문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1999년 2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기념물과 유적 리스트에 등재된 바 있다.
비간 마을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교회와 식민지풍 가옥들은 필리핀의 현존하는 가장 진정한 역사, 문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자갈이 깔린 좁은 거리들과 ‘칼레사’라 불리는 마차가 보이는 고풍스러운 정경은 당시 시대를 엿보게 한다.
이 역사적인 마을을 홍보하고 지역과 외국의 관광객들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원 및 민간영역의 지원을 받아 매년 ‘비바 비간예술축제(Viva Vigan Festival of Art)’를 4월 셋째 주부터 5월 첫째 주까지 개최한다. 올해로 13번째인 이 축제는 수만 명의 전 세계의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며 이제 필리핀 북부의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 축제는 비간 마을의 문화와 전통적 생산품을 알리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과 공연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간 영역과 지역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비낫바탄 거리 댄스’는 섬유제품인 ‘아벨-일로카노’직조 과정을 보여주는데, 보풀로부터 씨앗을 분리하기 위해 두 개의 대나무 막대로 된 면봉을 두들기는 첫 번째 스텝을 그려내고 있다. ‘카르보 축제’와 ‘보클란 예술 경연대회’는 마을의 농부들과 그들의 가축들에게 바치는 축제고, 문화유산 지구의 ‘카라바오스’라는 들소 연극 등이 함께 열린다. 축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산타크루잔’이라는 가톨릭의 기도의식. 성 헬레나는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로 이 행사는 성모를 기념하고자 개최된다. 그러나 많은 대중 스타들이 참여하는 ‘아벨-일로코’ 패션쇼가 아마도 대중적인 행사일 것이다. 이 행사에서 사람들은 비간의 명산물 중 하나인 ‘아벨-일로코’라는 직물로 만든 옷을 입고 행진한다. 올해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더해졌다. 지방정부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여 현대 인도 직물 전시를 포함한 것이다.
비간 마을의 장관을 보존하기 위한 지방 정부의 가장 규모가 크고 거대한 시도 중의 하나는 2001년 시작된 ‘비간 종합계획’이다. 비간의 문화적 경영과 관광 개발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계획인 이 사업에 스페인 정부는 산티아고 재단을 통해 지원한 점도 주목된다. 그 지원 내용은, 계획의 준비를 위한 비용, 공공건물의 수복을 위한 비용, 모든 사업 팀과 참가자들을 위한 문화적 감수성에 관한 세미나-워크숍의 개최를 위한 비용 등이다.
또한 필리핀 정부의 참여 역시 적극적이었다. 관광국, 일로코스 쉬르의 지방 정부, 비간 시 정부 등의 행정부처는 물론, 비간 유산 마을의 보호, 보존, 복원을 위한 대통령 위원회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기능은 자금 지원 대상자와 전문가 선정, 종합계획 초안을 검토하고 심사, 수행에 필요한 제반 준비 등의 지원, 시범 공공빌딩을 선정, 자문 회의와 인식개선 프로그램 등의 수행 시 지역 공동체의 참석을 격려하는 것 등이다.
종합계획에서 다루어진 비간의 이슈들은 1) 비간의 건축유산의 보존, 2) 도심지역에 소음과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교통 체증의 해소, 3)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적 인식을 진작하기 위한 정보 자료의 필요성, 4)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인 청사진의 부족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의 절망적인 노력을 해결하는 것 등이다.
글_Melchor L. Lagartija (국립필리핀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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