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숨쉬는 아름다운 도시, 그런 도시에서 일생을 지내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누려야 할 삶의 모습을 외려 행운으로 여긴다는 것이 측은할 정도지만 말이다. 이런 문화의 중요성이 한국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전후로, 그에 따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축제가 늘어난다든가 문화 관련 이벤트와 콘텐츠가 개발되는 등이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비해 우리네 도시들은 베드타운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어울리는 전환 작업은 아직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대체적으로 전환목표가 불투명하거나 추진과정이 비합리적인 데 있다. 그렇다면 이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화축제나 문화재생프로그램 등 도시 문화 프로젝트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효과를 거둔 사례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의 성취와 진행과정의 특징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이처럼 지역민의 애향심은 전문 콘텐츠로 매우 중요하다. 지역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문화의 경제적 유발 효과, 행사의 소요 재원 확보를 거론하기 전에 애향심의 자발성과 타당성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이와는 다른 사례로서 타인을 향해 열린 배려가 도시를 바꾸는 촉매제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알다시피 영국에는 동남아시아계 주민이 많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멜라(mela)’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산스크리트어로‘만남’이라는 뜻하며, 대개는 축하하기 위해 만나는 모임을 지칭한다. 여름철에 영국 내 19곳에서 멜라축제가 개최되고 유럽과 다른 대륙에서도 많이 열린다. 멜라축제는 인도, 파키스탄 등 인도대륙 출신 이주자들이 해외에서 자기들 문화를 고취하기 위해 벌이는 축제로, 영국 중부 지역 브래드퍼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린다.
인구 20만 명 정도인 이 도시는 1987년부터 브래드퍼드축제를 3주간씩 열어 왔다. 목적은 인종과 이해 관계를 초월하여 전 지역민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술인들을 주축으로 상주예술가 프로그램, 워크숍 그리고 지역의 아동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등이 1년 내내 효과를 내도록 축제는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브래드퍼드축제 마지막 주말에 이틀간 멜라축제를 열어, 브래드퍼드 멜라축제가 브래드퍼드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상징성을 갖도록 하였다. 이 멜라축제는 아시아계의 참여와 지역 통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의 거리공연물, 워크숍, 스포츠, 아동 참여 프로그램 및 아시아의 전통 섬유 전시회 등 수십 가지 행사로 구성된 브래드퍼드 멜라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마일이나 늘어선 아시아의 음식과 공예품 노천 매장으로서, 이곳에서 아시아계가 주체가 되는 실질적인 축제판이 벌어진다.
브래드퍼드 멜라축제가 조직된 이후 아시아계는 지역의 노팅힐 카니발에도 참여해왔다. 이는 아시아계가 지역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에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활동인 동시에 브래드퍼드 멜라축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브래드퍼드축제의 연간 예산은 10억 남짓이며, 시에서 4할 정도를 지원받는다. 동남아시아 이주자들이 늘어가면서 그들과의 친화와 통합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멜라축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