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자 집행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을 때, 시내 곳곳에서는 광주국제공연예술제 홍보물을 접할 수 있었다. 이채로운 점은, 현수막이나 포스터 같은 아날로그적 홍보물이 아니라 공연예술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디지털영상물이었다는 점이다. 저녁 무렵에는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번화가에서 게릴라성으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을 접할 수 있었는데, 8월 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이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리고 개막하는 8월 16일이 됐다. ‘몸, 빛, 소리’를 주제로 여닫이, 해맞이, 별맞이, 달맞이, 열린마당 등 총 5개 마당으로 나뉘어 펼쳐진 제2회 광주국제공연예술제가 드디어 열렸다. 개막식은,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광장에서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북의 향연'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이목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인 안은미 & Company의 <Let me change your name>에 집중되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무용가 안은미와 독일 출신 마튜 브루나 등이 열연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몸'들이 세계 보편의 몸짓으로 환원된 '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몸을 둘러싼 국가와 문화라는 '옷'을 벗어던지면서 경계와 시간을 초월하는 판타지의 세계로 몰입하는 과정을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안은미의 개막작을 시작으로 미국의 Brian Brooks Moving Company와 프랑스의 Poni Collective, 안애순 댄스컴퍼니, 홍승엽 댄스시어터 온, 임지형 & 광주현대무용단, 청호현대무용단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창작발레 <춘향>과 창작극 <다시라기>, 모스크바 국립 그젤무용단, 뮤지컬 <마리아>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와 함께, 신예스타 발굴을 목표로 개최되는 '별맞이 마당'에서는 전국의 젊은 성악도들이 참가하는 성악콩쿠르가 열리고, '달맞이마당'과 '열린마당'에서는 시민들이 8개국의 예술가들을 시내 곳곳에서 직접 만나는 소통의 기회가 마련됐다.  | 
“광주를 대표하는 것이 비엔날레지만 그건 시각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행사입니다. 예술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공연예술을 위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낙후된 공연예술 그 중에서도 순수예술을 살리는 것이 광주를 문화허브로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광주에서 국제공연예술제를 연다는 것에 대해서 놀랍다는 분도 있으시지만,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1994년 국제발레페스티벌과 1995년 발레콩쿠르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맥이 끊어지는 듯하다가 예술제로 되살아난 셈이죠. 대부분의 문화예술 활동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편이고, 저희 예술제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에서 국제공연예술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 유일했어요. 그러니 공연예술을 총체적으로 접할 기회는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들게 될 수밖에요. 공연예술은 무대를 전제로 하는 장르고, 그런 점에서 지역 예술가들은 물론 문화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